‘GOD+愛+島 고대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섬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3 21: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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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고대도 귀츨라프 축제’ 열어
- 한국섬진흥원, 7월 이달의 섬에 선정
- 물 빠진 장벌(갯벌)엔 온갖 기암괴석
- 특별한 게 없어 ‘더 특별한 섬’

[티티씨뉴스 보령=글·사진 왕보현 기자]

“6월 25일 어느 나라 배인지 이상한 모양의 삼범 죽선(三帆竹船) 1척이 홍주(洪州)의 고대도(古代島) 뒷 바다에 와서 정박하였는데, 
영길리국(英吉利國)의 배라고 말하기 때문에 지방관인 홍주 목사(洪州牧使) 이민회(李敏會)와 수군 우후(水軍虞候) 김형수(金瑩綬)로 하여금 달려가서 문정(問情)하게 하였더니, 말이 통하지 않아 서자(書字)로 문답하였는데...”
-순조실록 32권, 순조 32년 7월 21일 을축 4번 째 기사-

▲ 이 땅에 최초로 기독교 선교가 이루어진 섬인 고대도는 충남 보령시에 위치해 있다. 면적은 0.88㎢, 해안선 길이 4.3㎞, 2022년 7월 현재 108가구 204명의 주민이 살아간다.

 

조선시대인 1832년 우리 땅을 찾아와 문호개방과 통상을 요구했던 이양선 이름은 ‘로드 암허스트호’였다. 당시 이 배에는 중국어 통역관 겸 의사로 29세의 귀츨라프 선교사가 탑승하고 있었다.

귀츨라프는 고대도에 도착한 후, 홍주목사 이민회를 만나 조선 왕에게 정식으로 보내는 통상 청원서와 한문성경을 비롯한 26종의 책자, 그 밖에도 망원경 등 많은 선물을 전달했다. 하지만 순조 임금은 그때까지 전례가 없던 서양과의 통상을 허락하지 않았고, 고대도에서 20일 동안 정박해있던 암허스트호는 섬을 떠나야 했다. 

▲ 고대도는 보령 대천항에서 16km, 태안반도 남쪽의 안면도 영목항에서 약 3㎞ 떨어진 섬이다.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1일 3회 카페리가 운항한다.(여름철 성수기인 7월29일~8월7일 에는 1일 4회 운항한다)

한편 섬에 머무는 동안 귀츨라프는 주민들에게 한문성경과 의약품 등을 나누어주었고, 가난하여 먹을 것도 변변치 않았던 섬을 위해 감자를 심고 재배하는 법과 포도주 제조법까지 전파했다고 한다. 특히 주민들로부터 한글을 배워서 한문으로 된 주기도문을 우리말로 번역해 가르쳐주는가 하면, 자신이 익힌 한글 자모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훗날 귀츨라프는 동아시아 항해기를 책으로 남겼는데, 이는 조선이 서구세계에 소개되는 계기가 됐다. 홍콩과 마카오 등을 오가며 선교사역을 계속하던 귀츨라프는 1851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이 48세였다. 시신은 홍콩 해피벨리 공원묘지에 안장되었으며, 홍콩 시내에는 귀츨라프 거리가 조성되었다.
▲ 기념공원에는 1832년 한국에 온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 선교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가 한문으로 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을 시도한 것을 기념해 기단의 왼쪽에는 영어로 Lord’s Prayer를 음각하였고, 오른쪽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이 새겨져 있다.

고대도는 면적이 0.88㎢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2022년 7월 현재 108가구 204명의 주민이 선착장주변 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예로부터 수산자원이 풍부해 보령시가 품은 섬 중에서 가장 부유함을 자랑했었다. 그래서인지 관광지 개발에도 조급함이 없다. 선착장과 마을 그리고 장벌이라 불리는 갯벌이 전부일 만큼 생활 터전 역시 간단명료하다. 지금도 주민들은 어구를 손질하거나 장벌에 숨은 바지락을 캐어 소득을 올린다.
▲ 고대도 주민들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에 모여 살고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고대도는 섬 어디에서나 손쉽게 조개나 굴을 채취할 수 있으며, 물속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한 청정해역이다.
또한 마을에서 조그마한 언덕을 넘어가면 기암괴석과 금사홍송으로 둘러쌓인 아담한 당너머해수욕장, 해안길 따라 섬의 남쪽 끝머리에는 선바위(돛단여)와 자갈해수욕장이 있어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마을 내에는 현대식 건물과 오랜 가옥들이 뒤섞여 있지만, 섬 특유의 정서는 깊게 배어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은 지난 7월 1일 “고대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 Gutzlaff)’가 지난 1832년 7월 25일 입도했다.”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보령시 고대도를 7월 ‘이달의 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충청남도는 “1832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와 섬에 머물며 주민에게 서적과 약품을 나눠주고 포도주 재배법을 전파한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를 기념해 2014년부터 매년 7월 칼 귀츨라프의 날을 제정, 기념행사를 열고 있어 근현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고대도 남쪽 끝머리에는 물이 빠지면 온갖 기암괴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은 선바위(돛단여)


이처럼 고대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전래지다. 선교사 귀츨라프를 기념하는 교회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막상 섬에 들어서면 종교적인 색채를 느낄 수 없다. 그저 기념물은 섬의 일부 정도로 느껴진다.



귀츨라프가 고대도에 도착한 7월25일을 기념하여 고대도 주민들은 이날을 귀츨라프의 날로 정하고 9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31일까지 1주일간 귀츨라프 축제를 열고 국제학술대회, 국제영화제, 현장탐방, 기념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 고대도 남쪽 산책길 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귀츨라프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대도 김흥태 이장(61)은 “고대도 선교센터에는 칼 귀츨라프가 타고 왔던 로드 애머스트호(Lord Amherst) 모형, 편지, 한글번역 주기도문, 다양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으며 예배와 학술회 등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있다.”면서 “현재 30여 명의 교인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선교센터에는 기독인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 고대도 선교센터는 구츨라프 선교사 관련 전시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섬주민들의 예배 공간으로 각종 회의와 공연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이어서, 김 이장은 “최초의 선교사 귀츨라프가 작은 섬 우리 고대도를 찾아오셔서 ‘조선 땅이 더 잘 살고 하나님의 축복 받는 백성이 되라’는 이런 기도를 했다는데... 이런 사역으로 인해서 현재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이 천만 명이 넘는데 귀츨라프 선교사와 고대도를 모르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고대도로 성지순례도 오고, 기독교인들이 1년 내내 방문해주고 와서 기도하는 섬으로 발전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말했다.

▲ 당너머해수욕장

보령시와 칼 귀츨라프학회는 고대도 안항 인근에 칼 귀츨라프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칼 귀츨라프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공원에는 1832년 이 땅에 온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 선교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가 한문으로 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을 시도한 것을 기념해 기단의 왼쪽에는 영어로 Lord’s Prayer를 음각하였고, 오른쪽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이 새겨져 있다.
▲ 고대도 선교센터장 박상석 목사(왼쪽)이 취재진에게 칼 귀츨라프 선교기념비 앞에서 귀츨라프 선교사의 고대도 상륙과 활동상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기념비 왼쪽에는 “그가 우리를 깨웠고 이젠 우리가 그를 깨운다”는 비석을 세웠다. 비문에는 칼 귀츨라프의 선교사 및 문화 중개자로서의 업적을 ▲최초로 한국에 온 개신교 선교사 ▲최초로 한글 주기도문 번역 시도 ▲최초로 한문성경과 한문 전도서적의 전달 ▲최초로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소개 ▲최초로 서양 감자 파종 ▲최초로 서양 선교사로서 서양 근대의술을 베풂 ▲동북아시아를 위한 최초의 체계적 선교전략 구상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MEMORIA URBANA(도시의 기억) 스페인 아티스트인 후안 가라이사발(Juan Garaizabal)이 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베를린 보헤미야 베들레헴 교회를 본래의 위치에 같은 크기와 형상을 이미지화해서 31m 높이로 ‘도시의 기억, 베를린’ 조형물을 세웠다. 이 교회는 귀츨라프가 수학한 베를린 선교학교를 설립한 교회이다. 귀츨라프의 선교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로 후안 가라이사발을 직접 초청하여 5m높이로 축소한 조형물을 고대도에 세웠다.

기념비의 오른쪽에는 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독일 베들린 미테지역의 보헤미안 베들레헴교회를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후안 갈라이사발에 의해 본래 위치와 크기(실제 높이 31m)대로 교회 광장 중앙에 세워진 공공 조형물을 동일교회가 설립60주년을 기념하여 아티스트인 후안 갈라이사발을 고대도로 초청, 5m로 축소해 조형물을 설치했다.
▲ 고대도의 일몰(사진=박상석 목사 제공)

고대도 선교센터장 박상석 목사는 “고대도 섬 둘레가 4.3km에 이르는데, 해변을 따라 순례길을 조성해 군데군데에 칼 귀츨라프 선교사를 비롯한 선교사들의 면면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서 선교역사를 한눈에 조명할 선교사들의 성지로 꾸미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고대도선교센터에는 칼 귀츨라프 일행이 타고 왔던 로드 애머스트호(Lord Amherst) 모형, 편지, 한글번역 주기도문, 다양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으며 예배와 학술회 등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현재 30여 명의 교인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선교센터에는 기독인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김동일 시장은 "고대도는 특별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섬이다" 며 "이번축제 및 영화제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주시길 바라며 고대도 지역사회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빈다"고 말했다.
▲ 고대도(godaedo)는 ‘GOD+愛+島’ 즉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섬이다

 

칼 귀츨라프 선교사에 대한 권위자인 오현기 목사는 “인구가 줄고 관광과 어족자원이 적어 살기 어려운 섬이라는 인식을 깨고 고대도(godaedo)는 ‘GOD+愛+島’ 즉 하나님이 사랑한 섬이다.”면서, “귀츨라프 선교사를 통해 복음이 심겨진 이 땅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볼거리를 만들어 사람이 찾아오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자갈해수욕장


한편, 한국어촌어항공단에 따르면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고대도항 일원에 ▲어구어망보관창고(연면적 약 570㎡) ▲칼귀츨라프 문화관(연면적 약 201㎡) ▲칼귀츨라프 숙소(연면적 약 176㎡)를 조성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과 보령시는 최초의 기독교 선교지 고대도만의 특색 있는 공간인 칼 귀츨라프 존을 조성하여 관광객과 지역주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칼 귀츨라프기념 고대도교회

 

▲ 고대도 남쪽 돛단여에 물이 빠지면 온갖 기암괴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 고대도선교센터

 

▲ 고대도 앞바다 갯벌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알이 크고 살이 탱글탱글한 최상품이다. 성수기에는 하루 2톤가량 채취되어 보령등 인근 어시장을 통해 전국에 판매된다. 7월말까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여서 갯벌에서 바지락 채취는 금지되어 있다. (자료사진=고대도 김흥태 이장 제공)

 

▲ 고대도 당산에서 내려다 본 마을과 갯벌. 앞에 보이는 섬은 원산도

 


 

▲ 2022 고대도 귀츨라프 축제를 안내하는 인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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