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글·사진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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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시리고 볼이 갈라지고 발이 아플 정도로 춥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방안은 이미 냉골이다. 배도 고프다. 밖으로 나가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불어온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더 쓸쓸하고 우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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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추위가 온 몸을 꽁꽁 얼게 한 22일, 점심 식사를 위해 청량리 밥퍼를 찾은 어른신들이 봉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
복지예산 100조 시대다. 내년도 대한민국의 예산 총액은 638조 7천억 원에 복지부의 예산만도 109조 가 넘는다. 복지부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17.1%를 차지하며, 부처 중 가장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무서운 이들이 있다. 아침이 두려운 이들이 있다. 스스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일한다 해도 벌이가 여의치 않은 이들도 그렇다. 이들이 겨울이 두렵지 않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그러나 밥이 없거나 너무나 외로운 이들에게 국가의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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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대한민국의 예산 총액은 638조 7천억 원에 복지부의 예산만도 109조 가 넘는다. 복지부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17.1%를 차지하며, 부처 중 가장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무서운 이들이 있다. |
크리스마스를 앞 둔 지난 22일 오후 청량리 주변의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청량리역 6번 출구를 나와서 작은 굴다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무료 급식소가 있다. 다일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밥퍼’ 무료급식소에는 이날도 500 여명이 찾아와 이용객들이 한 끼를 해결했다.
찬바람이 부는 날 아침 일찍부터 수도권 각 곳에서 청량리 밥퍼를 찾아온다. 이들은 배가 고파서 오고, 외로워서 밥퍼를 찾아온다. 아침 일찍 일어나도 추운 방에서 홀로 지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찾아온다. 배고픈 건 참겠는데 외로움은 참기 힘들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헌법 34조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고 선언한다. |
밥퍼 무료급식소의 긴 줄을 통과해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이용자들에게 식권과 같은 숟가락을 나눠주고 있던 임순옥 권사(63, 새은혜교회)는 “지난 10년 간 일주일에 1~2번 씩 밥퍼 봉사를 나오고 있지만 추운 날 찬바람 맞으며 줄 서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면서 “어르신들이 뜨끈한 국물에 밥을 잘 먹었다면서 환하게 웃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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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은 대부분 아침과 저녁은 적게 먹고 여기서 점심을 든든히 먹는다. 경기도 군포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왔다는 김 모(76) 씨는 “아침 8시에 출발해 11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아침 겸 점심을 든든히 먹고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빈 식판에 한 번 더 밥을 받아 온다. “눈치 안보고 몇 번 이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줘 늘 봉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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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동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한 봉사자가 정성껏 식판을 나르고 있다. |
코로나가 극성이었던 지난 2000년 3월 밥퍼를 취재하며 만난 이OO씨(67)와 선천성 장애가 있는 딸(34)을 만났다. 기자가 반가워 3년 만에 다시 만난다고 인사를 했다. 지금도 이문동에서 살고 있다는 모녀는 대부분의 끼니를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고 있다. 이 씨는 “우리 모녀는 밥퍼가 아니면 살 수 없어요. 장애가 있는 딸을 모두 다 싫어해요. 밥퍼에 와야만 제대로 밥을 먹일 수 있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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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자들이 부지런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국을 배식판에 넉넉히 담아 상을 차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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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꼬의 집에서 식사를 마친 한 어르신은 "식사 후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커피도 한잔하고 집에 돌아가는게 하루의 큰 즐거움"이라며 "연말, 연초에는 특식도 나오고 선물도 준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가 안좋아서 나라가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
한편, 최근 동대문구청은 밥퍼 급식 사역을 해온 다일복지재단 측에 밥퍼 건물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24일 길거리 성탄예배에 참석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설교말씀을 통해 "밥퍼 나눔운동은 가난한 이웃들의 존재가 곧 우리들의 수치라는 깨우침을 우리 사회에 알게 해준 고마운 사역이자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구제사역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지금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위기로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때인데 밥퍼운동이 다시 활기를 찾고, 이 운동의 정신이 이곳 동대문구에서뿐 아니라 가난한 이웃이 있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기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 최 홍 다일복지재단 사무총장은 “매년 성탄절이 되면 노숙인들에게 점퍼와 장갑, 양말 등이 담긴 방한 키트를 배부했다. 하지만 24일 열린 길거리 성탄 예배는 기존 후원자들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후원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못한 분들도 있다.”면서 “후원금이 상당량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선물보따리도 작아지고 수량도 줄여 전달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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