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강인원 기자]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렌터카 사업 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이른바 ‘본업비율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렌터카업계와 여신금융업계 간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상 여전사가 보유할 수 있는 렌탈자산의 분기 중 평균잔액이 리스자산의 분기 중 평균잔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제다. 쉽게 말해 리스자산이 100이라면 렌탈자산도 100을 넘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도 기존 감독규정상 이 같은 렌탈업 취급 한도가 적용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캐피탈업계는 자동차 이용 시장의 중심이 리스에서 장기렌터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도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사업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렌터카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소속된 경기조합은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의 구성원으로 렌터카 사업이 확대될 경우 중소 렌터카업체의 생존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으나,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여전사의 경쟁상대는 롯데렌탈 등 대형렌탈사이지 중소사업자가 아니므로 중소사업자에 대한 상생프로그램 가동시 조건부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렌터카시장 분석을 보면 이 문제를 단순히 ‘금융 대기업 대 중소 렌터카업체’의 경쟁구도로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2025년 말 국내 등록 렌터카는 총 129만6,233대로 집계됐다. 롯데렌탈이 25만5,553대로 19.7%를 차지해 업계 1위를 유지했고 SK렌터카가 19만5,008대(15.0%), 현대캐피탈이 15만7,607대(12.2%), 하나캐피탈이 9만1,798대(7.1%)로 뒤를 이었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 1월 어피니티 사모펀드의 롯데렌탈 인수를 불허하면서 내놓은 시장 분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공정위는 장기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이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피니티 사모펀드가 롯데렌탈 인수시 점유율이 38.3%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 내 다른 캐피탈사와 중소 렌터카업체가 두 회사에 충분한 경쟁압력을 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그 원인의 하나로 바로 캐피탈사에 적용되는 ‘본업비율 제한’을 들었다. 금융회사인 캐피탈사가 장기렌터카 차량을 늘리려면 본업에 해당하는 리스자산도 함께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가 없는 롯데렌탈이나 SK렌터카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경쟁여건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중소 렌터카업체에 대해서도 자금조달 능력과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롯데렌탈·SK렌터카에 유효한 경쟁압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결국 현행 규제가 중소 렌터카업체를 보호하는 효과가 일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 1위 대형 렌터카사업자를 캐피탈사의 경쟁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여전사의 렌탈자산 한도가 확대되더라도 캐피탈사의 주력 렌터카 사업은 장기렌터카다. 공정위 역시 단기렌터카와 장기렌터카 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구분해 경쟁상황을 분석했다. 중소 렌터카업체 상당수가 영위하는 단기렌터카시장과 캐피탈사의 주된 사업영역인 장기렌터카시장의 경쟁구조가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중소사업자 보호가 필요하다면 모든 여전사의 사업확대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캐피탈업계는 최근 규제 완화 논의 과정에서 중소 렌터카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상생방안을 제시했다. 중소 렌터카업체의 차량구매 대출 한도를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최초 6개월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캐피탈사가 운용하는 리스·렌터카의 사고 발생 시 필요한 대차차량도 기존 대형업체 중심에서 중소 렌터카업체에 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동반성장위원회 상생협의체에서 현대자동차의 렌터카 시장 진입을 롯데렌탈 등과 함께 조건부로 수용한 바 있다.
렌터카업체에 대한 차량 할인조건을 완화하고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렌터카 특화 금융상품을 마련해 할부금리를 기존보다 0.3~0.8%포인트 낮추는 등의 지원책이다. 현대차는 당시 중소·신규 렌터카업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렌터카 업계에서는 여전사보다 더 시장파급력이 큰 현대차에게는 신규로 시장진입를 합의한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와 롯데렌탈이 정작 여전사에 대해선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이번 논쟁에서 가장 관심을 둘 부분은 ‘중소사업자 보호와 지원책’과 ‘기존 대형사업자의 경쟁을 통한 소비자 권익 확대’일 것이다.
공정위가 불과 올해 초 현행 본업비율 규제가 캐피탈사의 경쟁력을 제약해 롯데렌탈과 SK렌터카에 대한 유효한 경쟁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공식적으로 판단한 만큼, 대형 렌터카사업자와 캐피탈사 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근거를 중소사업자 보호에서만 찾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여신업계 역시 중소사업자 피해 우려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규제를 완화하되 중소 렌터카업체에 대한 금융지원과 사고대차 물량 배정 등 실질적인 상생방안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캐피탈사의 렌탈자산 한도를 완화할 경우 렌터카시장과 중소사업자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렌터카업체의 실질적인 생존권을 보호하면서도 대형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가격·상품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 금융당국의 보다 면밀한 시장분석과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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