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빗겨간 산골 다랑이논
-모내기 시작한 무논엔 은빛햇살 가득
-상주 용포리 무논과 경주 학동마을 무논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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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하학적인 무늬와 다양한 컬러를 연출하는 다랑이논(다락논)은 모심기를 위해 물을 받아놓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가 가장 아름답다. 지난 5월 28일,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다락논의 아침풍경 |
전국의 들녘마다 벼를 심는 이앙기가 바쁘게 움직인다.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무논(水田)이 초여름의 햇빛을 강하게 받아낸다.
예부터 아카시아 꽃이 피면 모내기를 시작하여 찔레꽃이 지기 전에 마치라고 했다. 농사를 서둘러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뜻이란다.
대부분의 농지는 반듯하게 경지 정리가 완료되었다. 그 가운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다랑이논을 찾아 아름다운 풍광 속 농민들의 숨소리를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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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다락논 녹색길을 따라 갑상산 전망대에 오르면 펼쳐지는 다락논 풍광 |
지금은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오는 다랑이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힘들게 개간해 만든 계단식 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만 의존해 천수답(天水畓)이라 불린다. 깊은 골짜기로 파고들었던 옛사람들의 인생 곡절이 담겨 있다.
논과 논의 경계가 비뚤비뚤 자연스럽고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진 무논에 담긴 물은 태양의 각도와 보는 위치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변하며 아름다운 봄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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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하학적인 무늬와 다양한 컬러를 연출하는 다랑이논(다락논)은 모심기를 위해 물을 받아놓는 5월 하순에서 6월 초가 가장 아름답다. 지난 5월 28일, 경주 시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 다랑이논의 아침풍경 |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
▲ 먼동이 틀 무렵 집을 나선 농부는 용포리 다락논을 한바퀴 돌며 물고를 살폈다. |
경북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다락논’(다랑논)은 밭과 논이 산자락을 따라 빼곡히 조성돼 절경을 이룬다. ‘다락논 녹색길’을 따라 논 사이를 걸어 갑장산(806m) 기슭에 세워진 ‘갑장루 전망대’에 오르면 이제 막 모내기를 마친 층층이 무논(水田)이 풍년 들판을 꿈꾸며 봄볕을 받아 빛나고 있다. 주변 수정리, 비룡리, 승곡리, 유곡리, 신오리, 상촌리 모두 봄농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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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포리 다락논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
‘용포리 다락논’은 백두대간 소백산맥의 험한 지형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척박한 삶이 빚어놓은 풍광이다. 다락논이란 비탈진 산골짜기에 여러 층으로 겹겹이 만든 좁고 작은 논을 의미한다. 경사가 심한 비탈에 석축을 쌓아 폭이 좁고 길게 만든 논배미로 이루어진다. 어느 것은 벼를 심은 논의 폭보다 석축의 높이가 더 큰 경우도 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옛말이 있다. 이른 아침 식전에 용포리 다락논을 한 바퀴 돌아보고 들어오는 김경모(58)씨는 “이곳은 위의 논에서 시작해 모판으로 사용하던 제일 아래 한두 곳 빼고는 모내기를 마쳤다”며 “날이 밝으면 일어나 논을 돌아보고 논물도 보고 모내기한 모가 뿌리를 잘 내리는지 살피는 것이 일이다. 이곳 농사가 평지보다 어렵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을 지킨다는 보람에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단석산 정상 촬영 포인트와 인생샷 |
▲ 경주 ‘OK그린청소년수련원’ 내 화랑의 언덕 정상부 명상의 바위가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 다랑이논 촬영 포인트다. 일출 시 명상의 바위에 올라서면 누구나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 |
상주를 떠나 경주로 향했다.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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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시 OK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내려다 본 학동마을 다랑이논 전경 |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의 다랑이논을 보기 위해 해발 620m에 위치한 경주 OK그린청소년수련원을 찾았다. 수련원은 45만여 평의 국내 최대 자연학습장으로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김유신이 삼국통일의 꿈을 키우던 단석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신라 화랑들의 수련 장소였다 해서 ‘화랑의 언덕’이라고 불린다.

화랑의 언덕에 오르면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넓은 초지와 멋진 소나무가 어우러져 곳곳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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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시 OK그린청소년수련원에서 내려다 본 학동마을 다랑이논 전경 |
화랑의 언덕 정상부 ‘명상의 바위’가 비지리 학동마을 촬영포인트이다. 동트기 전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이제 막 모내기를 시작한 다랑이논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자연이 그려놓은 그림이다.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며 해가 떠오르자 촬영이 진행된다. 약간 흐린 날씨로 계획한 황금빛 무논 사진은 촬영 못 했지만 일출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은 한 장 건졌다.

해가 떠오르고 취재진은 임도를 따라 차량으로 30여 분을 내려가 학동마을 모내기현장을 찾았다.
경상도 사나이의 무뚝뚝한 “뭐하는기여?”한마디에 촬영을 포기할 뻔했다. 기자에게 단순히 ‘뭐 하는 것이냐?’고 질문한 것이다. 이앙기에 모판을 싣고, 이앙기가 다랑이논을 오가며 모내기하는 장면 등등 농부의 협조로 어렵지 않게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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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곡선들이 모여 기하학적인 무늬를 연출하는 다랑이논은 모심기를 위해 물을 받아놓는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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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마을 다랑이논에 아침 해가 비치며 반짝인다. 황금빛 가을 들판을 머릿속에 그리며 귀경길에 오른다. [티티씨뉴스 경북 상주 경주=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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