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공이 노를 젓듯, 저어새의 먹이활동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4-26 06:05:44
  • -
  • +
  • 인쇄
- 순백색 몸 깃털에 밥주걱 닮은 큰 부리
- 저어새의 영양창고 ‘관곡지’ 근접관찰 가능
- 멸종 위기종 ‘저어새’ 위해 서해안 보존 중요
- 시민들 관공서에 저어새 보호위해 관심 요구

[티티씨뉴스 시흥=글·사진 왕보현 기자]

▲ 세계 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 위기종으로 우리 나라에서 천연기념물 205-1호로 보호되고 있는 여름철새인 저어새 한 마리가 25일 시흥시 관곡지에서 미꾸라지 사냥에 성공했다.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종으로 2010년 기준으로 약 2,400여 마리만 서식한다. 주로 한국,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서해안의 무인도서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포털사이트 지식백과는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한다. 

 

▲ 세계 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 위기종으로 우리 나라에서 천연기념물 205-1호로 보호되고 있는 여름철새인 저어새. 순백색 몸 깃털에 밥주걱을 닮은 큰 부리, 부리가 얼굴까지 폭넓게 연결 되어 검은 가면을 쓴 모습이다.


순백색 몸 깃털에 밥주걱을 닮은 큰 부리, 부리가 얼굴까지 폭넓게 연결 되어 검은 가면을 쓴 모습. 부리를 좌우로 저어 먹이를 찾는 모습은 뱃사공이 노를 젓는 것 같다. 저어새의 영어 이름도 ‘black-faced spoonbill’인데‘검은색 얼굴을 가진 숟가락 부리’라는 의미다.


▲ 25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의 한 연밭에서 저어새 20여 마리가 먹이활동과 함께 휴식중이다.

 

이렇게 희귀한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수도권 신도시인 경기도 시흥시에서 만날 수 있다. 

▲ 시흥시 관곡지의 한 연밭에서 먹이활동중인 저어새 무리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의 한 연밭에 저어새 20여 마리가 먹이 활동과 함께 휴식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저어새뿐 아니라 노랑부리저어새, 왜가리, 백로 등이 치열하게 먹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6년째 이곳에서 저어새가 즐겨먹는 미꾸라지를 공급하고 있는 사진가 양진영(72·시흥) 씨가 대형 비닐봉투에 든 미꾸라지 12kg을 그릇에 담아 뿌려주자 인근 연밭 주변에 몰려있던 새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 저어새들이 주걱같은 넓적하고 긴부리로 미꾸라지를 사냥하고 있다.

 

저어새들은 연신 자신의 넓적하고 긴부리를 저어가며 물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낸다. 곁에 있던 동료들은 친구가 잡은 먹이를 탐해 빼앗으려 덤비기도 한다. 더군다나 흐린 물속의 물고기 사냥이 어려운 왜가리나 백로는 저어새들의 공격에 놀라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미꾸라지를 잽싸게 낚아챈다. 저어새 덕분에 물고기 사냥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저어새가 잡아 올린 미꾸라지를 빼앗기에 혈안이다. 여기저기서 뺏으려는 자와 빼앗기자 않으려는 자의 쫏고 쫏기는 추격전이 볼만하다.  

 

▲ 미꾸라지 사냥에 성공한 저어새(앞)가 부리에 미꾸라지를 물고 날아가자 이를 탈취하기 위해  왜가리가 쫓아가고 있다. 


이 장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의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양진영 작가는 “세계적으로 귀한 손님이 이곳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데 잘 돌봐야지요. 영양공급이 충분해야 새끼들도 건강하게 잘 키울 것”이라며 “매년 이곳을 찾는 저어새 숫자는 늘어 가는데 미꾸라지를 넉넉히 공급해주지 못해 미안하죠. 시흥시나 관심있는 단체에서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 먹이활동에 분주했던 저어새 무리가 노란 수선화의 반영이 드리운 관곡지의 한 연밭에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즐기고 있다.


한 동안 먹이활동에 분주했던 저어새 무리는 어느 정도 배가 부른지 삼삼오오 흩어져 따사로운 오후 봄 햇살아래 얼굴을 날개 사이에 파묻고 휴식을 취한다. 일부는 부지런히 서로의 목을 부리로 다듬고 정리해 준다. 저어새는 워낙 부리가 길어서 자신의 목 주변을 다듬을 수가 없다. 번식철, 목 주변을 다듬는 모습은 암수의 애정 표시이기도 하다.

▲ 시흥 연꽃테마파크는 세계적 희귀조인 저어새를 산책길에서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야생 조류 전문가인 서정화(60) 하남시환경교육센터장은 “봄과 가을,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처럼 겨울철새와 여름철새가 교차하는 시기에는 두 종류의 새들을 함께 볼 수가 있다”면서 “기후 변화가 원인이어서 함께 볼 수 있는 시기가 늘어나고 있는지는 좀 더 관찰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먹이활동을 위해 관곡지에 날아오는 대부분의 저어새들은 인근 오이도 황새바위와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에서 번식 중인 새들의 일부이다.



밥 푸는 주걱 모양의 부리가 특징인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EN)로 등록된 여름 철새이다. 검은부리로 물 속을 휘저어 먹잇감을 찾는 저어새는 겨울철에는 흰색 깃털로 치장을 하고 여름철에는 가슴에 갈색 띠를 두르며 한껏 멋을 부린다.
▲ 저어새들 사이에 노랑부리저어새(오른 족에서 세 번째)가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의 특정지역에만 서식하는 국제적인 희귀조로 홍콩 대만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월동한다. 일부 개체는 제주도에서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각기 다른 곳에서 겨울을 보낸 저어새들은 3월 하순부터 서해 경기만 일원의 습지에 모여든다. 각기 다른 월동지를 지닌 이들 모두가 이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종족 번식 때문이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저어새의 약 80%가 우리나라 서해안 일대에서 번식하고 있다. 

▲ 저어새들이 먹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저어새의 먹이터는 주로 갯벌이다. 깊이 20cm 이내 낮은 개펄에 물이 차면 망둥이, 칠게, 새우, 갯가재 등을 부리를 저으며 사냥한다. 민물에서는 주로 미꾸라지를 잡아 먹는다.

.


저어새 개체 수는 동아시아 여러 국가의 보호 노력에 힘쓴 덕분에 199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4년 351개체에 불과했으나, 2021년 1월 기준 5222개체로 증가했다. 저어새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의 성과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성과다. 꾸준한 저어새 보전을 위해서는 월동지를 포함해 우리나라 서해안 지역을 보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먹이활동에 분주했던 저어새 무리가 노란 수선화의 반영이 드리운 관곡지의 한 연밭에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즐기고 있다.

 

서정화 하남시환경교육센터장은 “저어새 보전을 위해서 월동지를 포함해 관련 국가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번식지가 집중된 우리나라 서해안 지역을 잘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곡지를 배경으로 저어새의 우아한 모습을 카메라 담던 생태사진가 유옥순(73·시흥) 씨는 “시흥은 연꽃테마단지와 함께 세계적으로 귀한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찾아오는 곳이다. 먹이도 공급하고 귀한 손님들이 사철 쉬면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게 무논도 만들어주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6년째 시흥 연꽃테마파크에서 저어새가 즐겨먹는 미꾸라지를 공급하고 있는 사진가 양진영(72·시흥)씨가 25일 관곡지의 한 연밭에 미꾸라지를 뿌리고 있다.

 

시흥 연꽃테마파크는 우리나라 연꽃 시배지인 관곡지(官谷池)가 갖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기리기 위하여 관곡지 주변과 갯골생태공원, 물왕저수지 주변 18ha의 논에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다. 5월 초 연밭에 연 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저어새들도 먹이활동이 어려워 이곳을 찾지 않는다.

 

▲ 여름철새인 저어새(앞쪽)와 겨울철새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나란히 걷고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 시흥시 관곡지에서 연출되고 있다.

 



 


▲ 세계 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 위기종으로 우리 나라에서 천연기념물 205-1호로 보호되고 있는 여름철새인 저어새가 번식기를 맞아 목과 댕기머리털에 노란색 번식띠를 하고 시흥관곡지에서 서로 밥주걱모양의 부리를 비비고 털을 골라주며 애정 표현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티티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책

+

경제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