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 전남 신안 = 글·사진 왕보현 기자]
티티씨뉴스’는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인해 처음 맞는 비대면 추석을 준비하는 고향마을 을 찾아 ‘만남과 정’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올 추석에는 고향에 오지 마세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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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대교 야경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교량으로 2019년 4월 4일 개통되었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로 압해도(押海島)와 암태도(巖泰島)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교량의 길이는 7.22km, 폭(너비)은 11.5m이며 자동차 전용도로이다.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목포항에서 뱃길로 1시간 20분, 압해도 송공항에서 배를 타면 25분 정도 소요되던 암태도를 비롯해,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6개 섬은 육지와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사진=신안군 제공) |
지난 2019년 4월 개통한 천사대교는 암태도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국토 서남단 작은 섬마을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찾는 이들이 폭증했고 주민들의 생활도 인근 목포와 바로 연결되었다. 암태도를 비롯해 인근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자라도, 추포도 6개 섬은 이제 육지나 다름없다. 대처로 나간 자식들이 명절 때 태풍으로 발 묶일 염려가 사라졌다. 관광지가 된 것 같은 섬 생활로 올 추석에는 많은 출향인들이 고향 암태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초에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그 위세를 더해 간다. 이윽고 방역 당국에서는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올 추석은 전쟁상황이라고까지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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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수 할아버지와 김정심 할머니가 경운기를 타고 .가을걷이를 앞둔 논길을 따라 가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티티씨뉴스는 한가위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23일,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면 기동리에서 평생 논농사와 마늘, 양파, 대파 등 밭농사를 지으며 오순도순 사는 김응수(74) 할아버지와 김정심(73) 할머니 부부를 만났다.
“어쩔라구 이렇게 먼 데까지 오셨데. 우리는 아무 이야깃거리도 없는 그냥 평범한 섬사람인디”
기자는 아주 평범한 노부부의 평범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불원천리 찾아왔다고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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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부가 자신들이 농사짓는 파밭을 둘러보고 있다. 파농사가 다른 농사에 비해 비교적 관리가 쉬워 몇해 전부터 파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고 했다. |
오늘은 파밭을 둘러보고 온종일 시금치 파종을 했다는 할아버지는 나이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암태면 노인회장과 지역 공영버스 위원장을 맡은 할아버지는 70대 중반도 여기서는 젊은 편이라며 말한다.
내일은 아침 일찍 서울 사는 아들과 목포에 사는 딸들에게 가을걷이한 농산물을 부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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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전남 신안군 암태면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응수 할아버지 부부가 자식들에게 보내 줄 호박을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코로나 19로 우리 지역 역시 자식들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우리도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연락해서 내려오지 말라고 했단다. 서운하지만 그래도 영상통화가 가능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완도 취재를 마치고 목포를 지나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건너 노부부가 사는 암태도에 도착했다.
온종일 농사일에 고단할 텐데도 자식들 자랑 좀 해달라고 하자 갑자기 어르신들의 눈빛이 밝아졌다. 바로 큰딸에게 영상통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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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식사를 마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중학생인 손녀와 영상통화를 하며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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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가 4자녀에게 보낼 농산물을 박스에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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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들에게 줄 고춧가루를 만들기 위해 잘 마른 태양초를 가득 싣고 방앗간을 찾은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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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태도 소작인 항쟁 기념탑 1924년에 일어난 ‘암태도 소작쟁의’는 우리나라 소작쟁의의 효시였다. 이것은 암태도 소작인들의 고율 소작료 인하운동으로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암태도 소작료 불납운동 과정에서 많은 농민이 구속, 희생되어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98년, 높이 6.74m에 면적 1,360㎡의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을 세워 암태도의 숭고한 소작인 항쟁을 기념하고 있다.(사진=신안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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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수 할아버지 댁 인근의 기동삼거리 담벼락에 그려진 동백파마 벽화/ 벽화는 집안에 있는 애기동백나무를 배경으로 집 주인인 문병일(78)·손석심(79) 어르신을 그렸는데 코로나 19 이전에는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던 암태면의 명소이다. 김 할아버지는 “원래는 애기동백도 한그루 밖에 없었고 할머니 한분만 그려져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신안군에 자기도 그려달라고 부탁해서 동백나무도 군에서 심어준 것”이라고 에피소드를 전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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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인근 방앗간에서 직접 농사지은 참깨로 내린 참기름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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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수 할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보낼 농산물을 박스에 담아 암태면 소재지에 위치한 농협에 도착해 박스를 내려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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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자식들을 위해 가을걷이한 농산물을 택배로 붙이고 있다. 2주간의 추석 특별방역이 시작된 28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사람 간 만남과 이동이 줄어들면 바이러스의 확산은 멈춥니다. 이번 추석 연휴가 대면 접촉을 자제한 진정한 휴식이 된다면 다가올 가을, 겨울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며 이동을 자제하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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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태도 남강선착장(사진=신안군 제공) |
천사 같은 천사대교가 놓이면서 자식들이 수시로 집에 왔었는데 몹쓸 감염병이 돌면서 또다시 피붙이들 살 냄새 맡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70년 넘게 바닷바람과 함께 묵묵히 세상을 지켜온 김응수 할아버지는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지금의 어려움이 지나면 분명히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지금 부는 바이러스 바람도 또한 지나갈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도리어 힘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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