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뽀] 2021년 새해, 천만시민의 일상 여는 가락시장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7 17:04:11
  • -
  • +
  • 인쇄
- 신축년, 힘차게 문 연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 경매사는 흥 돋우고, 중매인들 매의 눈으로 낙찰
- 수도권 시민 먹거리의 50% 책임지는 세계 최대 경매시장

[티티씨뉴스 글‧사진=왕보현 기자]

 

가락시장(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루는 저녁에 시작한다. 숨 가쁘게 달려 온 서울의 하루가 저물고 어두움이 시작되면 가락시장은 서서히 깨어난다. 수도권 인근에서 출하된 상추, 쑥갓, 깻잎 등 근교산 채소류 경매를 시작으로 밤새 농산물 경매가 이어지고 신새벽 활어 경매까지 가락시장은 불야성을 이룬다.


기온이 급강하 하면서 비가림 수준의 경매장에 부는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밤이 깊어가고 경매가 진행될수록 가락시장의 열기는 더해 간다. 멀리 제주도에서 농업용 컨테이너에 실려 운송된 감귤이 하역되고, 땅끝 해남에서 종일 올라온 배추트럭이 줄지어 경매를 기다린다.
▲ 제주에서 전남고흥까지 선편으로 배송된 감귤 콘테이너가 6시간의 육로를 달려 가락시장에 도착해 하역 작업중이다.

 

 

경매를 준비하며 도매법인 직원들이 바닥에 물건의 상태와 수량, 생산자 등을 써 놓는다. 경매의 성공여부는 물건 상태 파악에서 승부가 난다. 물건의 배치가 완료되면 부지런한 중도매인들이 경매 참가에 앞서 자신이 구매할 농수산물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고구마, 감자, 당근 등 뿌리채소 중매인 경력 20년의 박순복(62)씨는 "입찰에 참가할 때 마다 늘 새로운 마음이다. 경매사의 목소리에 귀기우리며 20년 노하우를 총동원해 물건을 살펴보고 정확하게 판단해 적정가격을 남들보다 빠르게 단말기를 눌러야 낙찰 받을 수 있다"며 "올 한해 코로나에서 벗어나 경제도 살고 농민들도 행복한 소띠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다.




사실 ‘코로나 19’는 경매장까지도 힘들게 만들었다. 오감(五感)에 의지해 상품을 선택해야하는 중매인들에게 마스크는 후각을 무디게 하고 시각 흐리게 만들었다. 좋은 물건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몰려다닐 수밖에 없다. 중매인들은 안경에 김이 서리고 신선한 농산물의 향을 맡기 위해 잠시라도 마스크를 내려면 ‘마스크를 쓰고 입과 코를 가리라’는 장내 방송에 내린 마스크가 머쓱해진다.


이즈음 겨울철 청과류 경매의 꽃은 딸기와 감귤이다. 탱글탱글 탐스럽고 때깔 좋은 딸기 경매가 열린다. KF94 마스크로 든든하게 무장했지만 경매장에는 달콤한 딸기 향이 가득하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오전 2시30분. 경매사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밤의 침묵을 깬다. 일반인들은 도무지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같은 경매사의 진행으로 신명나고 묵직하게 흥을 돋우며 경매가 열린다. 경매사 맞은편에 서있는 중매인들은 손에 쥐고 있는 응찰용 단말기를 쉼 없이 눌러댄다. 중매인들이 단말기를 통해 제시한 가격은 경매사의 컴퓨터에 바로 표시된다.
▲ 중매인의 투찰내역은 실시간으로 경매사의 컴퓨터 화면에 표출되고 낙찰여부가 결정된다.

경매가 진행될수록 중매인들의 숨소리가 가빠지고 경매사의 목소리도 한층 굵어지고 흥이 넘쳐난다. 곧 경매사의 입을 통해 다시 정겨운 가락으로 바뀐다.
경매사는 구수한 목소리로 "하레 특가~", 하레 특가~", "35, 특, 만원에 48호 낙찰!". 장단에 리듬이 더해지면서, 딸기 경매 현장은 무르익는다.


농민들이 땀과 정성으로 키워 납품한 농산물들이 경매를 통해 중매인이 결정되자 다시 한 번 분주해 진다. 경매장을 가득 쌓여있던 농산물이 수많은 전기차와 지게차들에 실려 중도매상에게로 운반된다. 전기차에서 오토바이, 손수레까지 수많은 이동수단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운송되는 모습에서 활기 넘치는 삶의 아름다운 모습이 묻어난다.
▲ 제주에서 1박2일 달려 온 광어가 활어차에서 내려지고 있다.


밤이 깊어 새벽이 다가올 무렵 수산부에서는 활어 경매가 시작된다. 제주 양식장에서 대형 활어차에 광어를 가득 싣고 1박2일에 거쳐 가락시장에 도착해 하역하고 있는 현기송(35)씨는 “제주에서 배를 이용해 활어차에 광어를 싣고 목포항에 도착 후 목포에서 다시 가락시장 까지 고속도로로 쉼 없이 달려온다”며 “제주에서 여기까지 운송비만 해도 1백만 원이 넘게 들여 고생하며 올라온 만큼 오늘 경매에서 좋은 가격을 받아 돌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일 서울의 아침최저기온은 영하 11도까지 내려갔다.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아래다. 전국 대부분이 꽁꽁 얼어붙었다. 밤을 잊고 불을 밝히며 살아가는 가락시장 경매인, 중매인, 하역원 외 수많은 종사자들이 있어 수도권 시민의 밥상은 행복하다.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해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가격 유지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며, 수도권 시민의 먹거리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가락시장에는 약 3,600여 업체 1만 3천여 명이 종사하며, 출입차량도 하루에 4만 8천여 대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7,719톤의 농수산물이 유통되며 거래 금액은 하루 평균 160억 원을 상회한다.

2020년 가락시장의 거래물량은 235만 톤으로 전년 보다 3%가량 줄어들었지만 거래금액은 5조 177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11% 늘었다. 코로나19의 한가운데에서도 농수산물 유통이 원활하게 운영되었다는 평가이다.

[저작권자ⓒ 티티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책

+

경제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