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은 살아있는 야생화 식물도감
-겨울 언 땅을 이겨낸 야생화의 생명력
-밝고 진한 작은 꽃잎 속에 창조의 질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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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지는 우리 땅의 깊은 산 계곡 주변에서 집단으로 자생하는 토종 야생화다. 매우 화려한 꽃을 피워 봄꽃의 여왕이란 찬사를 듣는다. |
코로나 코로나 여기저기서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봄이 되었다. 언땅을 녹인다는 말은 이미 형용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완연한 봄이다.
손이 석 자만 길었으면 하늘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산이 높다는 천마산(812m)에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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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산 정상아래 낮은 언덕에 청노루귀의 솜털에 덮인 꽃대가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
남양주시 천마산은 서울에서 전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산행길 곳곳에서 산괴불주머니, 꿩의바람꽃, 산괭이눈, 피나물, 개별꽃, 금붓꽃, 복수초 같은 낯 익는 봄꽃을 볼 수 있다. 천마산에 피어난 봄꽃들 가운데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꿩의바람꽃, 처녀치마, 얼레지와 노루귀가 군락을 이룬다. 살아 숨 쉬는 식물도감이라 할 수 있는 천마산에서는 우리나라 몇몇 산에서만 자라는 점현호색 같은 희귀식물과 우리나라 중부이북 천마산 등에서만 볼 수 있는 자생 멸종위기종 노랑 앉은부채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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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산 팔현리 계곡에서 KoreaTourPress취재진이 미니 조명기구로 그림자를 지우며 작품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
언 땅을 뚫고 세상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복수초부터 시작된 봄꽃의 향연은 4월과 5월을 지나며 황량한 숲에 생명의 빛을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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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현호색 잎에 점무늬가 있고 현호색 종류라는 뜻의 이름이다.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며, 높이는 10~25㎝이다. 구형의 덩이줄기가 있으며, 줄기는 비늘조각잎의 밑부분에서 하나 또는 여러 개가 나온다. |
노란 생강나무꽃과 연분홍 진달래, 하얀 산벚꽃이 봄 햇살에 반짝이는 산행길에 발아래에는 앙증맞고 귀여운 봄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막 새순을 틔워 봄을 맞는 어린 꽃이 낙엽 속에 숨어 있다. 발아래 짓밟혀 제대로 싹도 틔워 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꽃들도 꽤 많다. 봄에 떠나는 야생화 산책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자세를 낮춰 자세히 살피고 발밑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3월부터 시작된 봄꽃의 향연은 4월, 5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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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꽃은 들별꽃이라고도 한다. 산지의 나무 밑에서 자란다. 높이 10∼15cm이다. 사각뿔 모양의 덩이뿌리는 살졌고 1∼2개씩 붙는다. 줄기는 1∼2개씩 나오고 흰 털이 난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10∼40mm, 너비 2∼4mm이다. 위쪽의 잎은 점차 작아지고 바소꼴이며, 아래쪽의 잎은 좁아져서 잎자루처럼 된다. |
야생화 탐방의 첫발을 내디딘 아마추어 사진동호인들은 천마산에서 꽃을 보는 눈과 촬영기술을 익힌다. 등산로 맨땅에 엎드려 이제 막 꽃대를 올린 봄꽃과 대화를 시작한다. 네 얼굴을 보려고 내가 여기 있다. 가녀린 꽃잎과 꽃대에 쏟아지는 봄볕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리저리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야 일어 선다. 그러면 바로 옆에 또 다른 봄꽃이 나를 보라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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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괭이눈 작은 폭포와 소(沼)가 발달한 천마산의 이끼긴 계곡에 핀 금괭이눈은 물소리와 어울려 자연의 신비를 맛 볼 수 있다.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함께 발길을 잡아둔다. 물은 물대로 흐르고 꽃은 꽃대로 어울려 봄의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금괭이눈은 꽃잎은 물론 포엽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어있다. 포엽 위에 작은 사각의 함지박 같은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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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레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한국과 일본 등의 아시아가 원산지로 전국의 높은 산 반그늘에 분포한다. 보라색으로 피는 꽃이 아침에는 꽃봉오리가 닫혀 있다가 햇볕이 들어오면 꽃잎이 벌어진다. 다시 오후가 가까워지면 꽃잎이 뒤로 말린다. 개미 유충 냄새와 흡사한 검은색의 씨앗을 개미들이 자신들의 알인 줄 알고 옮겨 날라 씨의 발아를 돕는다잎은 나물로 먹고 녹말이 함유된 뿌리는 구황식물로도 쓰였다. |
야생화하면 ‘수수함’이나 ‘소박함’을 연상하게 되는데, 꽃잎을 뒤로 맘껏 젖힌 모양새가 기품이 넘치는 여인처럼 보이는 얼레지는 천마산의 야생화 가운데 으뜸이다. 아직 새순이 돋지 않은 참나무 아래 낙엽 덮인 틈에서 능선 전체가 은 얼레지꽃이다. 진분홍 꽃잎의 색과 자주색 무늬가 있는 잎의 색이 대조적인 얼레지는 화려함을 한껏 뽐내는 ‘봄 처녀’ 같다. 긴 꽃잎이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180도 형태로 뒤집히는 게 신기하다.
수박색 외투 위로 갸날픈 꽃대 세운 얼레지가 화사한 봄 단장하고 천마산을 찾은 등산객을 부른다. 마치 노렐라이언덕의 인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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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뚫고 자라난 진달래야생화를 찾아 나선 산행길에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는 진달래가 있다. 연분홍 꽃을 7~8송이 달고 있는 가느다란 진달래의 줄기를 좇아 내려가다 보니 바위를 뚫고 생명을 이어온 진달래이다. 가냘픈 줄기를 바위 위로 보내고 살아남은 진달래에게서 도시인에게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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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산(812m)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다. 야생화 탐방의 세계에 첫발을 들인 이들에게 ‘신병훈련소’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희귀한 북방계 식물이 많아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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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괭이밥(사진왼쪽)과 서울족도리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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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녀치마(사진가 임헌균 제공) |
천마산뿐 아니라 서울 근교 곳곳에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과 설악면, 양평군 서종면 경계상에 솟아 있는 화야산(754.2m) 자락 뾰루봉 초입부에는 ‘들바람꽃’이 많이 핀다. 조금 올라가 계곡에 이르면 들꽃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예봉산은 천마산이나 화야산에 뒤지지 않는 야생화 군락지다. 운길산역에서 주필거미박물관을 지나 세정사라는 작은 절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꽃 트레킹이 시작된다.
이외에도 경기도 가평군의 축령산 등에서도 다양한 봄꽃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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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귀 노루귀는 언제봐도 청초한 소녀의 모습이다. 애기 솜털같은 꽃대위에 소녀의 해 맑은 얼굴이 하얀, 분홍, 보라색으로 각각 빛난다. 꽃받침이 노루 귀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역광을 받아 반짝이는 솜털 덮인 꽃대는 어린 아기의 볼에 난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느낌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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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꿩의바람꽃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나는 여러해살이풀인 꿩의바람꽃은 낙엽 지는 숲 밑에서 자란다. 꽃자루 하나가 나와 꽃자루 끝에 한 송이가 달린다. 꽃잎이 없고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실상은 꽃받침이다. 보통 8~13장의 꽃받침이 꽃처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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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초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일초·설련화·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산지 숲 속 그늘에서 자란다. 높이 10∼30cm이다. 뿌리줄기가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이 나온다. 줄기는 윗부분에서 갈라지며 털이 없거나 밑부분의 잎은 막질로서 원줄기를 둘러싼다. 잎은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에 작은 털이 있으며, 밑에서는 잎몸이 없고 밑부분뿐이며 위로 올라가면서 어긋나고 깃꼴로 두 번 잘게 갈라진다. 최종 갈래조각은 줄 모양이고 잎자루 밑에 달린 턱잎은 갈라졌다. 꽃은 4월 초순에 피고 노란색이며 지름 3∼4cm로 원줄기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

[남양주=
글·사진 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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