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 연천 = 글 ‧ 사진 왕보현 기자]
영화 겨울왕국의 한 장면과 같은 얼음동굴이 눈길을 끈다. 얼음 차양 속 동굴에는 위와 아래에서 솟아난 고드름이 어울려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 |
▲ 연천 고대산 폐터널에서 자라는 역고드름을 찾은 연인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아쉽게도 고드름보호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터널 내부는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
중북부지방에 눈이 그치고 수은주가 다시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의 한 터널에서 역고드름이 자라고 있다.
온난한 겨울 날씨를 보인 지난해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역고드름이 올 겨울 혹한 덕분에 쑥쑥 자라고 있다.
땅속에서 솟아 오른 고드름이 현재 큰 것은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보인다. 이곳의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고 매년 입소문을 더 하면서 연천군의 명소가 되었다.
![]() |
▲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 자락의 폐터널 안에는 매년 겨울이 되면 승빙(乘氷)이라고도 불리는 ‘역고드름’이 자라고 있다. 길이 약 100m, 폭 10m의 터널 안에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역고드름이 솟아오르며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5일 찾은 터널 안은 수 백 개의 크고 작은 역고드름이 경쟁하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역고드름은 석회암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형태다. 터널 입구에는 상부에서 맺힌 일반적인 고드름과 중력을 거스르고 솟아난 역고드름이 집중돼 있어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커튼 역할을 하고 있다.
![]() |
▲ 폐터널 입구의 대형 얼음기둥 |
연천군의 촬영 허가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안전을 확보한 후 터널 안 쪽으로 들어갔다.
![]() |
▲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대나무 숲, 다정한 연인 , 종유석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은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
![]() |
▲ 티티씨뉴스의 특수어안렌즈가 포착한 역고드름. 수백개의 역고드름이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자라고 스러지는 터널 내부는 살아있는 자연의 얼음조각작품 전시장이다. |
어름조각과 같은 역고드름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수십 개의 촛농이 엉겨있는 모습에서 마치 사람이 서 있는 듯하다. 성모마리아 상 같기도 하고, 반가사유상 같기도 하거나, 아기를 업은 어머니, 손에 손을 잡은 다정한 연인 같은 다양한 형상이다.
연천 역고드름은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역고드름 현상과는 규모와 모양에서 차이가 있다. 12월 중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볼 수 있다. 연천 역고드름은 지금이 절정이다.
![]() |
▲ 종유석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은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
![]() |
![]() |
![]() |
![]() |
고대산 자락 폐터널 입구의 대형 고드름 앞에서 관광객들. 데크 아래에는 2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연천 역고드름 터널에서 만난 김민선(43, 경기 의정부)씨 “역고드름이라고 1~2개 정도 있는건 줄 았았는데... 너무 멋지다”라며, “지난 1년 동안 지루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겨울 얼어붙은 땅 속에서 솟아나는 역고드름을 보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는 자연처럼 코로나 19를 꿋꿋하게 이겨내고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티티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