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만든 예술, 연천 역고드름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02-07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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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 고대산 폐터널구간의 얼음 조각전
- 터널 속 순백의 동화나라 연출
- 자연이 빚은 다양한 얼음조각 군상

[티티씨뉴스 연천 = 글 ‧ 사진 왕보현 기자] 

영화 겨울왕국의 한 장면과 같은 얼음동굴이 눈길을 끈다. 얼음 차양 속 동굴에는 위와 아래에서 솟아난 고드름이 어울려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 연천 고대산 폐터널에서 자라는 역고드름을 찾은 연인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아쉽게도 고드름보호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터널 내부는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중북부지방에 눈이 그치고 수은주가 다시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의 한 터널에서 역고드름이 자라고 있다.

온난한 겨울 날씨를 보인 지난해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역고드름이 올 겨울 혹한 덕분에 쑥쑥 자라고 있다.
땅속에서 솟아 오른 고드름이 현재 큰 것은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보인다. 이곳의 역고드름은 지난 2005년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고 매년 입소문을 더 하면서 연천군의 명소가 되었다.

▲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 자락의 폐터널 안에는 매년 겨울이 되면 승빙(乘氷)이라고도 불리는 ‘역고드름’이 자라고 있다. 길이 약 100m, 폭 10m의 터널 안에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역고드름이 솟아오르며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5일 찾은 터널 안은 수 백 개의 크고 작은 역고드름이 경쟁하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역고드름은 석회암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부터 위로 자라는 형태다. 터널 입구에는 상부에서 맺힌 일반적인 고드름과 중력을 거스르고 솟아난 역고드름이 집중돼 있어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커튼 역할을 하고 있다.

▲ 폐터널 입구의 대형 얼음기둥

 

연천군의 촬영 허가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안전을 확보한 후 터널 안 쪽으로 들어갔다.

▲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대나무 숲, 다정한 연인 , 종유석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은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역고드름은 매년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솟아오른다.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신비한 겨울철 자연현상이다.
땅에서 솟아난 기이한 형태의 고드름들은 하늘을 향해 거대한 가지를 뻗은 거목들처럼 터널 입구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역광으로 받아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의 5악장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 티티씨뉴스의 특수어안렌즈가 포착한 역고드름. 수백개의 역고드름이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자라고 스러지는 터널 내부는 살아있는 자연의 얼음조각작품 전시장이다.

 

어름조각과 같은 역고드름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수십 개의 촛농이 엉겨있는 모습에서 마치 사람이 서 있는 듯하다. 성모마리아 상 같기도 하고, 반가사유상 같기도 하거나, 아기를 업은 어머니, 손에 손을 잡은 다정한 연인 같은 다양한 형상이다.
연천 역고드름은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역고드름 현상과는 규모와 모양에서 차이가 있다. 12월 중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볼 수 있다. 연천 역고드름은 지금이 절정이다.

▲ 종유석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역고드름은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연천군은 역고드름 현상에 대하여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고드름은 두가지 원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첫 번째 원인은 터널 지붕에서 떨어진 물이 지면에 얼어 있는 얼음 위에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고드름이 위로 커가는 것이며 두 번째 원인은 지면의 얼음 표면의 미세한 물 분자가 지하에 있는 물 분자를 솟아오르게 하여 고드름이 자란다는 것이다. 지상은 대기의 찬 공기로 인해 얼음이 얼었지만 지하는 상대적으로 따뜻해 물이 얼지 않는다. 지상과 지하의 온도 차이에 의해 지하의 물은 더 많은 물 분자를 가지고 있게 되며 지상의 얼음과 상대적인 열분자 에너지 차이로 인해 지하의 물분자가 지상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천 역고드름은 이러한 두 가지 종류의 역고드름 생성원인이 모두 확인되며 위에서 자라는 고드름과 땅에서 솟아나는 고드름이 어우러진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폐터널은 시대적 아픈 현실을 안고 있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용산과 원산을 잇는 철도 공사로 진행되었던 터널이 일본이 패망하며 중단되었다. 6.25전쟁 발발 당시 이북지역이었던 이곳에 북한군이 탄약창고로 사용하면서 미군의 폭격을 받게 되었고 폭격으로 인해 터널 위쪽에 생긴 틈과 독특한 자연현상이 맞물리면서 역고드름이 생성되고 있다.


역고드름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자 연천군은 터널 입구에 전망데크를 마련했다. 데크 앞에는 20여 대 규모의 주차장도 있다. 옆에는 옛 경원선 철길과 교각 일부가 남아 있다. 주변에는 백마고지·고대산 등 안보 관광지와 등산코스도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한탄강이 흐르는 연천군 유역 273.65㎢, 포천시 유역 493.24㎢, 강원도 철원군 유역 398.72㎢ 총 1,165.61㎢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400배에 달하는 지역을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연천군에서는 역고드름과 함께 재인폭포, 동막골계곡, 임진강주상절리, 아우라지 베개용암, 차탄천 주상절리, 한탄강지질공원, 좌상바위, 열두개울, 임진강유원지 등 10곳을 자연·지질관광 명소로 선정해 보호하고 있다.

고대산 자락 폐터널 입구의 대형 고드름 앞에서 관광객들. 데크 아래에는 2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연천 역고드름 터널에서 만난 김민선(43, 경기 의정부)씨 “역고드름이라고 1~2개 정도 있는건 줄 았았는데... 너무 멋지다”라며, “지난 1년 동안 지루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겨울 얼어붙은 땅 속에서 솟아나는 역고드름을 보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는 자연처럼 코로나 19를 꿋꿋하게 이겨내고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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