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 멸종위기 관심 귀한 몸이 유해조수로...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9 21: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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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중 유해야생동물 지정 유력
-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
- 상위 포식자 없는 곳에서 개체 수 급증
- 김제 향어양식장 1억 원 손해 입히기도
- 지구온난화로 증식… 세계적 골칫거리

[티티씨뉴스 대전·춘천·평창·인제·홍천=글·사진 왕보현 기자]

▲ 대전시 동구 대청호 상류 상수원보호구역내 민물가마우지 서식지의 나무들이 배설물로 고사해 하얗게 변했다.

 

“그 동안은 백로와 왜가리들도 날아와 몇 마리 씩 고기가 없어지긴 했다.”면서, “가마우지 한두 마리가 양식장에 나타났을 때만 해도 새들도 먹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난 4월 불과 10일 사이에 물고기 도둑 민물가마우지 무리에게 송어 치어 2만 5000마리를 잃은 강원도 평창 송어의 집 김재용(63) 사장은 말한다. 

 

▲ 강원도 평창 송어의 집 김재용(63) 사장이 가마우지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시커먼 가마우지가 떼로 몰려와 먹기 시작하더니 큰 수조에 있던 고기들을 거의 다 먹어치우더라구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 사장은 새로 치어를 구입하고 양식장 전체에 망을 씌우느라 8천만 원의 돈이 들었다고 말한다.

 

전북 김제에서 향어와 메기를 키우는 남원수산은 가마우지로 부터 1억 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가마우지 무리가 양식 중인 물고기 15톤가량을 먹어치우고 절반가량은 폐사했다는 것이다. 인근 예빈수산도 출하를 앞둔 메기를 모두 잡아먹혀 5천만 원가량 피해를 입었다.  

▲ 가마우지의 양식장 접근을 막기 위해 그물을 씌워 놓았다 

 

이 외에도 서남해안의 가두리 양식장과 전국 각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적게는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천여마리 이상의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처럼 멸종위기 관심 등급이거나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던 동물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자연을 함부로 써 온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이다. 

 

▲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겨울철새였다.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77~100㎝, 몸무게 3.0㎏ 내외의 중대형 물새류로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100여 쌍이 번식하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뒤 한강 상류 및 내륙 습지로 집단번식지가 점차 늘어나면서 텃새화되고 있다.


전국내수면어업연합회 한진규(62) 회장은 “‘조류 전문가들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자’고 말하지만 대부분 내수면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했다.”면서, “생계가 달린 우리는 정말 심각하다. 어민들의 생계 못지않게 물 속 생태계가 파괴되는 건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 민물가마우지는 먹성이 좋아 어민들은 “민물가마우지가 지나가면 물고기 씨가 마른다”고 말한다. 성체는 하루 평균 700~750g, 어린 개체도 하루에 500~700g 먹이(물고기)를 먹는다. (사진=이종원 생태사진가 제공)


한강 수계에서 민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던 내수면 어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거나 정상조업이 불가능 해 아예 어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 서·남해안에서 가두리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 역시 민물가마우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현행 법 규정상 피해보상도 쉽지 않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겨울철새였다.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 77~100㎝, 몸무게 3.0㎏ 내외의 중대형 물새류로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100여 쌍이 번식하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뒤 한강 상류 및 내륙 습지로 집단번식지가 점차 늘어나면서 텃새화되고 있다. 2022년 1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조류동시총조사 결과, 국내에는 3만 2196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민물가마우지가 먹이활동을 마치고 둥지터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물고기 사냥 능력이 뛰어나고 먹성 좋은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어족자원 손실과 배설물로 인한 수목 백화 현상 등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마우지가 마리 당 20~50g 정도 쏟아내는 배설물로 인해 작은 수역의 수생태계 교란과 상수원 오염도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일은 강 본류나 저수지에서 무리지어 생활하던 민물가마우지가 최근에는 인근 지천까지 몰려들면서 우리 고유 어종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는 현실이다.


▲ 몸길이 77~100㎝이고 몸무게 2.6~3.7㎏ 정도인 중대형 물새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연해주와 사할린에서 번식하고 한국과 일본에 내려와 겨울을 보내는 철새였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국내에 천적이 사라지면서 눌러살기 시작했다.


(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장 이완옥 박사(64)는 “민물가마우지가 세력을 넓혀 강 상류까지 올라와 먹이활동 하면서 토착화 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라며, “피해가 가장 심한 강원도에서 우선 시범적으로 기간을 정해 퇴치사업을 시행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민물가마우지는 남미와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며 세계적으로도 개체가 증가하면서 피해가 늘고 있어 각국은 개체 조절 방법에 고심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정한 보호종으로 알을 비롯해 성체까지도 포획 및 채취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어민들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환경부에 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는 지자체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는 묵은 둥지 제거, 천적 모형 설치, 소음 유발로 번식 방해 등과 같은 비살생적 방식에 의한 개체 수 조절만 허용한 상태인데 유해조수로 지정해 포획 등 적극적 구제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 민물가마우지가 점령한 둥지터 나무들이 백화현상을 겪고 있다.


가마우지의 역습은 지구온난화로 4계절 먹이활동이 가능해지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천적 감소, 4대강 사업 등으로 인공섬이 늘어나고 강본류 수심이 확보되는 등 물속이 안정적이어서 그들의 쉼터와 먹이터, 산란터가 풍부해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 우리 인간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처럼 가마우지의 증가는 세계적 추세로 다른 나라도 가마우지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가마우지는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정한 보호종으로 알을 비롯해 성체까지도 포획 및 채취가 금지되어 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날짐승을 퇴치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아마 다른 유해조수처럼 그들과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한다. 일정한 숫자를 잡아내도 워낙 번식력이 좋아 그 자리를 또 다른 민물가마우지가 메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잘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가마우지 수 백 마리가 먹이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겨울철새인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로 발생하고 있는 양식장, 낚시터 등의 피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유해야생동물 지정 추진 여부를 7월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민물가마우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피해지역 주민 등은 지자체로부터 포획허가 등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로 텃새가 돼버린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산림 및 내수면 어업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환경부는 7월중으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할지 결정한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지자체 허가로 포획할 수 있게 된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로 인한 생태계의 영향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라며, "유해야생동물 지정 추진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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