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위 이어지자 새집 달아주는 농부
- 새집 구멍도 3cm에서 9cm까지 다양하게
- 한겨울에는 추위 피하고 새봄 오면 번식 기대
[티티씨뉴스 이천=왕보현 기자]
새해가 되면서 연일 강추위가 이어진다. 북극발 한파가 지나가고 수도권에 많은 눈이 예보된 17일 오후 언 손을 녹이며 인공새집을 달아주는 한 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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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 어귀 작은 공원에서 인공새집을 달아주는 김완기(79, 사다리 위) 씨 |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쉽지 않은데 올 겨울 유난히 추위가 심해서 작은 새들이 어떻게 겨울을 지나나 걱정도 되고 해서 새집을 만들어 봤어요” 휴일인 1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 어귀 작은 공원 곳곳에 인공새집을 달아주면서 김완기(79)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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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자연친화적이고 새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외관에 나무껍질을 붙여보았다. 완성된 새집에는 새들이 앉아서 쉬거나 주변을 살피기 위한 횃대도 달고 새집 아래에는 먹이터도 만들어 주었다. |
젊은 시절 남양주시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김 씨는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귀농하면서 자신의 집에 목공예 작업실을 꾸몄다.
그는 가끔 찾아오는 손주들이 시골에 오면 놀 수 있도록 농구대도 만들고, 이웃 형님 집에 주차장도 멋있게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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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새집은 구멍 크기에 따라 번식하는 새의 종류도 다르다. 3cm에서는 인공새집을 가장 좋아하는 박새를 비롯해 곤줄박이, 흰눈썹황금새 등이 번식하고 6cm와 9cm에서는 소쩍새를 비롯해 원앙, 파랑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 몸집이 큰새들이 번식한다. |
김 씨의 손재주는 금방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 간단히 집수리부터 마을 어르신들은 고장난 물건들은 김 씨의 집으로 들고 왔다. 덕분에 일흔이 넘어 돌아온 고향이지만 그는 쉽게 안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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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새집(nest box)은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도 자주 가졌지만 코로나19는 시골생활도 자유롭지 못하게 붙잡았다.
평소 자연을 사랑하는 김 씨는 강추위에 집 앞 나뭇가지에 몸을 바짝 움츠리고 앉아있는 작은 새들을 보면서 새에게 집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새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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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새집에 박새가 알을 낳았다(사진=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김 씨는 컴퓨터를 켜고 독수리타법으로 ‘인공새집 만들기’를 검색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생태사진가인 처남에게 자문을 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새집을 살펴봤다.
모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새들이 들어와서 안심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한 후 제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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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새집에서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의 번식 장면(사진=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새의 종류에 따라 구멍과 집의 크기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상자형 새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급이다.
이번에 새집을 달아준 개인공원 주변에는 농지가 넓고 드 위에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서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들이 살만한 곳이 자꾸 좁아들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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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9) 대표는 “인공새집(nest box)은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공원이나 숲에서 새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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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새집에서 부화한 박새(사진=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
땀흘려 인공새집 달기를 마친 김완기 씨는 “찬바람이 불면 누구나 집이 그리워지는데 야생의 작은 새가 떨고 있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다”면서 “내가 만든 작은 집에 들어와 몸도 녹이고, 한 겨울 건강하게 나서 따뜻한 봄이 오면 짝짓기도 하고 새끼도 많이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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