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춥다. 집으로 들어와라”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8 06: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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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 이어지자 새집 달아주는 농부
- 새집 구멍도 3cm에서 9cm까지 다양하게
- 한겨울에는 추위 피하고 새봄 오면 번식 기대

[티티씨뉴스 이천=왕보현 기자]

새해가 되면서 연일 강추위가 이어진다. 북극발 한파가 지나가고 수도권에 많은 눈이 예보된 17일 오후 언 손을 녹이며 인공새집을 달아주는 한 가족을 만났다. 

▲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 어귀 작은 공원에서 인공새집을 달아주는 김완기(79, 사다리 위) 씨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쉽지 않은데 올 겨울 유난히 추위가 심해서 작은 새들이 어떻게 겨울을 지나나 걱정도 되고 해서 새집을 만들어 봤어요” 휴일인 1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동산리 어귀 작은 공원 곳곳에 인공새집을 달아주면서 김완기(79) 씨는 말했다.
▲ 좀 더 자연친화적이고 새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외관에 나무껍질을 붙여보았다. 완성된 새집에는 새들이 앉아서 쉬거나 주변을 살피기 위한 횃대도 달고 새집 아래에는 먹이터도 만들어 주었다.
젊은 시절 남양주시에서 개인사업을 하던 김 씨는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귀농하면서 자신의 집에 목공예 작업실을 꾸몄다.
그는 가끔 찾아오는 손주들이 시골에 오면 놀 수 있도록 농구대도 만들고, 이웃 형님 집에 주차장도 멋있게 만들어 줬다.
▲ 인공새집은 구멍 크기에 따라 번식하는 새의 종류도 다르다. 3cm에서는 인공새집을 가장 좋아하는 박새를 비롯해 곤줄박이, 흰눈썹황금새 등이 번식하고 6cm와 9cm에서는 소쩍새를 비롯해 원앙, 파랑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 몸집이 큰새들이 번식한다.
김 씨의 손재주는 금방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 간단히 집수리부터 마을 어르신들은 고장난 물건들은 김 씨의 집으로 들고 왔다. 덕분에 일흔이 넘어 돌아온 고향이지만 그는 쉽게 안착하게 되었다.

▲ 인공새집(nest box)은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친구들과 부부동반 모임도 자주 가졌지만 코로나19는 시골생활도 자유롭지 못하게 붙잡았다.
평소 자연을 사랑하는 김 씨는 강추위에 집 앞 나뭇가지에 몸을 바짝 움츠리고 앉아있는 작은 새들을 보면서 새에게 집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새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인공새집에 박새가 알을 낳았다(사진=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김 씨는 컴퓨터를 켜고 독수리타법으로 ‘인공새집 만들기’를 검색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생태사진가인 처남에게 자문을 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새집을 살펴봤다.
모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새들이 들어와서 안심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한 후 제작에 들어갔다.
▲인공새집에서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의 번식 장면(사진=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새의 종류에 따라 구멍과 집의 크기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한 상자형 새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급이다.
이번에 새집을 달아준 개인공원 주변에는 농지가 넓고 드 위에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서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들이 살만한 곳이 자꾸 좁아들고 있는 형편이다.

▲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9) 대표는 “인공새집(nest box)은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공원이나 숲에서 새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 인공새집에서 부화한 박새(사진=그린새 서정화 대표 제공)

땀흘려 인공새집 달기를 마친 김완기 씨는 “찬바람이 불면 누구나 집이 그리워지는데 야생의 작은 새가 떨고 있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다”면서 “내가 만든 작은 집에 들어와 몸도 녹이고, 한 겨울 건강하게 나서 따뜻한 봄이 오면 짝짓기도 하고 새끼도 많이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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