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글·사진 왕보현 기자]
기후정의를 기치로 수 만 명의 시민이 서울 도심에 모여 거대한 행진을 진행했다.
24일 서울 시청역, 숭례문 인근에 3만5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기후정의행진'을 열었다.
기후재난의 시대,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대규모 행진이 진행되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모인 400여개의 단체 3만5천 명의 시민들은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다. 행진은 숭례문에서 출발하여 시청역, 광화문, 안국역, 종각을 거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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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부터 열린 본집회에서는 924 기후정의행진 영상, 기후위기의 최전선 당사자들의 발언과 ‘우리의 선언’ 낭독으로 진행되었다.
청년과 청소년을 대표한 김보림(청소년기후행동)은 “막대한 탄소 배출로 착취와 불평등을 강화해온 시스템이 아닌 위기로부터 당사자의 삶을 지키는 변화를 요구”하면서 “기후위기는 불평등과 착취의 문제임을 모두가 더 크게 외치고 국가화 탄소 중독 기업의 구조적 책임이 지워지지않도록 기후위기의 책임자를 분명히 드러내자”고 발언했다.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박종현 지부장은 “모두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화력발전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 도 없다.”며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기후 재난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더욱더 장애인들을 가둬두려 하고 있으며 시설과 방구석에서 죽게 내버려두고 있”다며 “단 하루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하태성 씨는 “수도권의 전기소비를 위해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로 삼척주민들은 극심한 갈등과 희생을 겪고 있다”며 “현재 건설 중인 삼척석탄발전소 백지화를 위해 지난 9월 30일까지 진행 중인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5만 국민청원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농민을 대표한 박용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장은 “농업은 그 나라 식량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공공적 가치이자 자산인데 폭염, 가뭄, 폭우 등의 기상이변으로 치명적인 피해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농업의 위기이자 생명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농민들이 앞장서서 환경을 살리는 농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후위기가 공론화되고 위기해결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시작된 지난 20여년의 경험은 이 문제의 해법을 국가와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둬서는 안된다”며 “민주노총과 노동자가 시민들과 함께 기후재난을 막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과 투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분희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장은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면서 핵발전소를 늘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핵발전은 위험할 뿐더러 정의롭지도 않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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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국제연대를 위한 남반구의 주민을 대표한 아마루 토레즈(니카라과 농업노동자연합(ATC), 비아 캄페시나 중앙아메리카 지역)는 “단지 기후위기의 효과를 완화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비상사태를 유발한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한다면서 “ 노동자, 농민, 원주민, 시민사회가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대표는 “빈곤을 만들어내는 뿌리와,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뿌리는 닮아있다”며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그로인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바로 기후정의라는 믿음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세입자권리 강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중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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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부터는 거대한 조형물(도롱뇽, 삼두매, 카론)을 선두로 방송차량 10대가 인솔하는 3만5천명 시민들의 거대한 행진이 펼쳐졌다. 행진 중 광화문을 지나면서 행진 참가자들은 약 1.5km의 도로 위에서 ‘다이-인(die-in)’ 시위를 진행했다. 다이-인 시위는 참가자들이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듯 땅에 누워 있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로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과 기후불평등에 항의하고, 앞으로 다가올 우려스런 미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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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인 시위는 참가자들이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듯 땅에 누워 있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로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과 기후불평등에 항의하고, 앞으로 다가올 우려스런 미래를 상징한다. |
올해만 해도 전국 각지의 대형 산불로 수많은 생명이 소실되었다. 유례없는 폭우는 ‘반지하’라는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에서 우리 동료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형 태풍을 맞아 사망한 11명의 시민들, 쓰러진 나무들과 쓸려나간 비인간 동물들까지 모두가 이 기후재난의 피해자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바로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들이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유발한 자본주의 성장체제에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일터를 잃을 위기, 일터에서 착취당할 위기, 또 일터에서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기후재난과 실패한 농정으로 상처입은 터전 위에 사는 이들이다. 우리는 삶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농민과 어민이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희구하는 이들이며, 공장식 축산과 기업형 육식산업이라는 종차별적 체제 아래 짓눌린 비인간 동물과 교감하는 이들이다.
또, 우리는 안온한 삶을 향유할 권리를 위협받는 이들이다. 우리는 계절마다 밀려오는 기후 재난 앞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 강과 산과 바다를 빼앗기고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의 붕괴로 삶을 존속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있다. 우리는 기후위기, 기후재난 앞에서 가장 맨 먼저 위기에 노출될 이들이다. 여성이고, 빈민이며, 장애인이고, 이주민이고, 청소년이고, 노인이고, 비수도권 거주민이며, 성소수자이기도 하고, 환자이자 임차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대로 살 수 없다.
따라서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인 우리는 기후정의의 주체로 나설 것을 선언한다. 불평등하고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이 체제 아래서 이대로 살 수 없고, 이대로 살지 않을 것이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결집할 것이고, 불평등한 체제를 끝장내기위해 연대할 것이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ESG 경영’과 같은 허울 뿐인 그린워싱에 기만당하지 않고 ‘배출제로’ 시대를 앞당기고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한다.
지구 생태계의 한계 용량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자원을 추출해 온 종래의 체제는 그 종점에 이르렀다. 더이상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 성장, 시스템 유지는 불가하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토건과, 대량의 생산·유통·소비·폐기의 시스템도 중단되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가중시키며 위험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핵발전 시스템 역시 단호히 거부한다. 종차별과 종착취에 기반한 공장식 축산과 산업형 어업 또한 지속할 수 없는 생명파괴 체제다.
하나. 모든 불평등을 끝장낸다.
부유한 이들이 야기한 위험이 가난한 이들을 먼저 기후위기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불평등이 기후위기의 실상이다. 또한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 위기 시대의 원인이고 현재다. 자본의 곳간은 온실가스와 함께 축적되었고 그 곳간이 넘치는 동안 노동자 서민 그리고 취약한 이들의 삶은 질병과 죽음으로 내몰렸다. 기후 재난은 삶의 위기의 끝에 놓인 이들을 속도를 내며 벼랑으로 내모는 위기가 됐다. 이는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 지구적 차원의 불평등이다. 이 사회적 그리고 국제적 불평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의미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우리는 불평등을 끝낼 국제연대, 고통받고 소외된 모든 이들의 연대를 추구한다.
하나.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주요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기후위기를 또 하나의 이윤창출·부의 축적 기회로 삼으며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우리는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기후위기를 맞닥뜨리는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들이 기후정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오늘 우리 선언과 행진의 핵심이다. 기후정의는 그 당사자들이 권력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길이고, 우리가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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