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에 찾아오는 봄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6 2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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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시계는 다시 봄
- 장수만리화, 영춘화, 히어리, 풍년화 차례로 피어
- "이번 주말에는 온갖 봄꽃이 피어날 듯"

[티티씨뉴스 글·사진=왕보현 기자]

▲ 서울로를 찾은 한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피운 장수만리화를 보고 있다.

서울에도 봄이 오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겨울을 두 번째 지나며 봄은 오고 있지만 아직 봄이 아니다. 첫 번째 봄날에 우리는 미얀마 군부독재의 폭압적인 군사쿠데타 소식을 들었다. 두 번째 겨울을 지나며 러시아가 우쿠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전쟁의 소식을 들었다.

▲ 봄을 맞아드린다는 영춘화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국내의 소식도 만만치 않았다. 

눈이 내린 기억도 찬바람에 언 손을 녹인 기억도 별로 없이 겨울이 지나갔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사람들의 마음은 갈라지고 터졌다. 대선 정국이 한창 달아오른 지난 4일 오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역대 최장시간 우리의 산야를 태웠다. 서울면적의 1/3이나 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 활짝 핀 풍년화가 짙은 봄향기를 내뿜고 있다. 

 

사람의 마음도 타고 산하도 타들어가며 대선을 마무리 되었다. 불과 0.73%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작한 사람들의 거리와 함께 지역 간, 세대 간에 이어 남녀 간의 간극을 넓혔다. 서로와의 간격만큼 봄이 오는 소리가 더디 들린다.
사람의 마음이 차갑고 서로의 차이가 봉합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자연의 시계는 돌고 돌아 다시 봄이 오고 있다.

▲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곧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온 동산이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뤘겠지만 서울의 봄은 10여 일 더디게 저 멀리서 손짓을 시작하고 있다.
겨울이 지난 듯 포근한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서울역의 동서를 연결하는 공중정원 ‘서울로 7017’에는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 히어리를 촬영중인 산보객
남대문교회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자 봄볕에 민감한 장수만리화가 노란 꽃잎을 드러내고 피었다. 봄을 맞아드린다는 이름의 영춘화(迎春花)도 노란 꽃을 피웠다.
서울로의 봄꽃은 예년에 비해 일주일에서 10일 이상 늦게 피고 있다. 화사한 매화와 홍매화는 16일 현재 완두콩만한 꽃망울이 터질 준비를 갖추고 있다.
▲ 히어리를 찾아 온 꿀벌

 

서울역 철길너머 만리동 쪽으로 내려오자 노란 꽃을 피운 풍년화가 짙은 봄향기를 내 뽐는다. 풍년화의 봄 내음과 함께 이웃한 히어리가 노란 꽃을 달고 피어나고 있다. 히어리는 한국 특산종으로 지리산 지역에서 자란다. 

▲ 직박구리 한마리가 산수유 열매를 따 먹고 있다.

노란 산수유 나무위에는 직박구리가 아직 빨갛게 달려 있는 산수유 열매를 먹기에 바쁘고 노란 꽃 아래에는 연인들의 미소가 넘쳐난다.
기후변화로 자취를 감췄다는 꿀벌 한 마리가 히어리 꽃을 찾아 드는 모습에서 자연의 시계가 아직은 돌아가고 있음에 안도한다. 
▲ 홍매화

 

서울로에서 산보 중인 김인석(57, 만리동)씨는 “올해 서울로의 봄은 좀 늦는 것 같다. 예년 같으면 매화도 피고 이런 저런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 났을텐데"하며 아쉬움을 표하고 "그래도 서울로에 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번 주말에는 붉은 홍매가 파란 하늘 아래 멋지게 어우러지면서 봄 꽃들이 앞 다퉈 필 것”이라고 말했다.

▲ 모란은 이제야 꽃몽오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서울 시민의 산책 명소인 서울로 7017은 645개의 원형화분에 총 228종의 24,085주의 다양한 수목을 식재한 공중정원이다.
기찻길로 끊어진 동과 서를 서울로가 이어주듯 이 봄에는 우리들 마음 속 간극에 서울로의 꽃들이 전하는 봄 향기로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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