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개학연기, 지친 ‘코로나난민’의 주말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3 18: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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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 날씨에 ‘코로나19’에 지친 몸과 마음 달래려 야외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산과 들, 바다로-
-고속도로휴게소, 관광버스는 없고 개인차량만 줄지어-
-상춘객들,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 지키며 조심조심-
-주말 맞아 관광지 등 사람들 모이는 곳, 지자체 방역 구슬땀-

[코리아 투어 프레스=왕보현 기자]

▲ 주말인 22일 오후 많은 시민들이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잠수교 아래 황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재택근무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최선의 근무형태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이들 개학연기와 함께 4식구가 20평 아파트에서 1달 가까이 하루 24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말인 22일 한강공원반포지구에서 만난 직장인 김창훈(39)씨가 말한다. 이어서 그는 “당국에서 사람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고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나왔다. 강바람으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샤워해야 또 한 주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포근한 봄날씨를 보인 21일 오후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를 찾은 가족단위 상춘객들이 산보를 하고 있다.

포근한 봄 날씨가 이어진 주말인 21일과 22일, 많은 사람들이 전국의 산과 들, 바다를 찾아 나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학·개강 연기, 재택근무 등 집 안에 온 식구가 함께 머물며 답답함을 이어가던 시민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좁은 집안을 벗어나 한적한 야외로 탈출했다.


감염병의 확산 못지않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우울증(Corona Blue ‧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건강도 따라서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음의 위안은 일상에서 얻을 수 있다. 수시로 떨어져 사는 가족과 지인들과 통화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힘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잠시라도 탁 트인 산과 들에서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 치료제가 될 수 도 있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들이 팝콘 터지듯 피어나 사람들을 유혹하는 주말, 도심 관광지나 거리, 쇼핑센터와 극장가는 텅 빈 반면상대적으로 감염 우려가 적은 야외에는 제법 많은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그래도 타인과의 접촉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인적 드문 오지를 찾아 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거나 나홀로 캠핑, 산행 등을 즐겼다.

특히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웨이트 등은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다수가 밀집된 공간이 아닌 개방형이나 개인적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요즘 세태에서 인기가 높다.
▲ '하남시의 한 주말농장 풍경' 시민들이 따사로운 봄 햇살아래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주말인 21일과 22일 서울 한강반포지구와 근교 검단산이나 공원, 남양주시 능내리 자전거 라이딩 코스, 양평의 두물머리 강가, 이천 산수유 마을에서 많은 시민들이 성큼 다가온 봄을 즐기고 있었다.

검단산에서 산행 중 만난 대학생 박찬구(22·서울 강동) 씨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 삼아 산에 왔다.”며 “인터넷 강의로 수강하면서 종일 좁은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어 답답함만 쌓여가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산을 찾았다”고 말했다.
▲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에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나 등산객을 맞이했다. 시민들은 가능한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체 산행을 즐겼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역 주변에는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붐볐다. 가족단위 라이딩객들과 젊은 이들이 무리지어 지나간다.
양평군 양수면 두물머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강바람을 쐬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가능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곳의 명물이라는 연잎핫도그를 한입 가득 물고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며 행복해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나들이를 나선 시민들도 많았다.
▲ 산수유 하면 대개 구례 산동마을을 떠올리지만 서울에서 가까운 이천에도 봄이면 온 마을이 노란 산수유로 뒤덮인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송말리, 경사리 일대에는 매년 봄이면 수만그루의 산수유나무는 노란꽃을 피어낸다.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에 열리는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는 코로나19로 올해는 취소되었다.

저녁 햇살에 노란 산수유가 만개한 이천시 산수유마을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주차장이 승용차로 가득했다. 아마도 너나없이 불안한 마음에 개인차량을 가지고 집을 나선 탓이다.
용기를 내서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방문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산수유나무 아래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사진찍기에 분주하다.
김창규(52, 서울 송파) 씨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솔직히 불안하다. 하지만 아이들도 너무 답답해하고 꽃도 많다고 해서 왔다. 방문객 모두 사진 찍을 때 외에는 마스크를 쓰고 말도 많이 안 하면서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주말인 21일 오전, 강원도 낙산해변을 찾은 한 가족이 호젓하게 봄바다를 즐기고 있다.(사진가 김민회 제공)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얼른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아내와 이른 아침 출발해 강원도 낙산 앞바다를 잠깐 보고 돌아왔다는 사진가 김민회(62, 서울 노원) 씨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확 트인 바다를 한번 본 것만으로 그간 움츠렸던 몸과 마음, 우울함까지 한 번에 털어냈다”면서 “정말 고속도로에 차량도 많지 않았지만 관광버스는 휴게소에서도 한대도 못 봤다. 경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코로나 감염병의 위험으로 가능한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햇볕 샤워’도 반드시 필요하다. 햇볕은 ‘비타민D’의 합성을 도와주고,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도 분비한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면서 20~30분 산책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면역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및 유럽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와 성숙한 시민의식 등 위기사태 대응능력을 세계인들이 칭찬하고 있다. 2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외출 자제, 여행 등을 연기 또는 취소할 것”을 당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서는 현실에서 전국 시 군 지자체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주말에도 방역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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