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광열 ㈜송이산업 대표, “희망을 심어라”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7 17: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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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기술자가 돌쟁이로 화장품 개발자로
- 화산송이, 습도조절 원적외선과 중금속제거까지
- 화산송이 화장품 탄생시켜 제주 자원 가치 발견
- ‘Jeju Made in Korea’ 제주만의 특화상품 만들어야
-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변화 촉진자'(change agent)

[티티씨뉴스 제주=글·사진 왕보현 기자]

화산송이를 버섯의 일종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화산송이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 혹은 알갱이이다. 화산섬 제주가 형성되는 화산폭발 당시 가스와 뒤섞인 용암이 분출되면서 수많은 미세한 구멍을 포함한 다공질 구조의 화산석이 생겨났다. 붉은 빛을 띈 천연세라믹인 이것을 송이(Scoria)라고 부른다. 제주의 오름들은 대부분 화산석 송이가 산재돼 있다. 오름 전체가 화산송이 자체이다.

 

▲ 제주도 화산송이는 산성을 띠고 있지 않고,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알칼리성을 띠고 있는 화산송이는 피부 노폐물이나 피지와 같은 유해 물질을 쉽게 흡착할 뿐만 아니라, 흡수된 노폐물을 중화하는 기능도 뛰어나다

화산석 송이는 약 알카리성 천연미네랄 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참나무 숯과 같은 강력한 천연 흡착력과 살균력은 물론 황토와 같은 원적외선 방출 능력을 갖고 있다. 발끝에 차이는 쓸모없는 돌덩이가 아니라 제주가 지닌 제주의 자연이 선물한 제주만의 보물인 것이다. 이제 송이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되고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채취하며 완제품이 아닌 상태로는 반출이 금지된다.

이 제주 화산송이의 효능에 천착한 기술자가 있다. 박광열(68) 화산송이(주) 대표이다.
박 대표는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제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포철을 나와 인천에서 LCD용 연마기를 국내 최초로 시도해 성공 목전에 이르렀지만 대기업에 고전하면서 중소기업의 특허권 보호가 어렵다는 현실에 부닥쳤다. 이후 ’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세계화, 개방화가 되면서 대기업과 부딪치지 않는 연마재로 찾은 것이 바로 ‘송이’이다.

 

▲ 사라오름 호수 바닥의 화산송이(Scoria)(자료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그는 LCD연마기를 제조할 때 연마재로 화산재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떠올렸다. 당시 송이는 고열에서도 형질이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연마재로 적합한 재료였다. 그는 송이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강한 도전의 마음을 갖는다.

‘송이’의 제품화에는 10년이 걸렸다. 당시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내열 타일을 제작에 참여했던 오근호 한양대 교수를 찾아 제주 지역만의 독특한 광물질인 송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서 부터다. 송이의 우수성을 확인한 박 대표는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역의 온천장을 찾아다니며 일본 화산석과 제주 화산석을 3년 여 기간 동안 비교했다.

“제주 화산석은 일본 화산석보다 라돈 방사능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신주쿠 대의 비교 연구를 받아본 박 대표는 쾌재를 불렀다. 일본 온천은 ‘라돈탕’이라는 게 확인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 온천장에서는 박 대표에게 제주 화산석 공급을 요청했고 이를 상품화해 수출했다. 또, 신일본제약 코스메틱이 마스크팩 소재로 송이를 채택하면서 비로소 ‘송이’는 화장품 소재로서 기능이 확대됐다.
▲ 제주도에만 있는 화산석송이는 인체 혈육과 유사한 약 알카리성 자원으로 기생화산(오름)으로 생성돼 제주 전역에 걸쳐 산출되며 제주섬 내 200억㎥ 정도의 엄청난 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광열 대표가 화산송이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화산석송이(Scoria)는 지하 마그마가 화산 폭발할 때 1600도의 고온으로 지상으로 분출될 때 생성된 제주화산 분출물이다.
제주도에만 있는 화산석송이는 인체와 유사한 약 알카리성 자원으로 제주섬 내 200억㎥ 정도의 엄청난 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산석 송이는 풍부한 미네랄 성분과 흡수, 흡착, 항균성, 원적외선, 음이온 방출량이 어떠한 광물질보다 뛰어나다.


또한 부피에 비해 밀도가 좁고 다공성 광물인 화산석 송이는 공인 국가기관에서 시험한 결과, 어떠한 유해 중금속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물과 친화력이 강해 산업적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송이의 각종 효능을 알게 된 그는 곧바로 제주행을 택하고 지금의 ㈜송이산업을 설립했다. 그때가 1994년이다.
▲ ‘송이’를 화장품 소재로 개발한 안목에다 제주화장품산업 육성 의지를 바탕으로 박광열 대표는 2011년 ‘제주화장품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육지 출신 청년 사업가가 제주에서의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제주 출신이 그가 송이를 재료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당시 송이는 제주에서도 단순히 돌에 불과하고 그 쓰임새도 적었다. 농사에 적합한 토양의 기반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괄시되었다. 송이로 만든 자재는 허술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제주국립박물관 같은 관공서의 자재로 송이가 납품되면서 많은 이들이 갖고 있던 의심을 걷어 나갔다. 건축자재는 곧 호응을 받았다. 단열 성능뿐 아니라 향균 성능까지 검증되었다. 어떤 유해 중금속도 들어가 있지 않은 화산송이는 제주도의 1호 보존자원으로 자리매김한다.

송이로 만든 벽돌이 제주 한경면 신창성당과  제주4·3 평화기념관의 건축물에 사용되면서 유용한 재료로서의 가치를 드러냈다. 제주 송이로 만든 숨 쉬는 벽돌은 널리 알려져 일본까지 전달된다. 일본의 온천에서도 송이벽돌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한 온천업체가 박대표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제주산 송이를 가지고 미용팩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온천 이용객들은 온천을 즐긴 후 피부보호와 노화방지 등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 온천 팩을 한다.
▲ 부피에 비해 밀도가 좁고 다공성 광물인 화산송이는 공인 국가기관에서 시험 한 결과, 어떠한 유해 중금속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물과 친 화력도 강해 산업적 활용도가 무궁무진 하다. 박광렬 대표가 화산송이 관련 각종 특허, 신기술, 시험성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 화산송이는 마스크 팩 소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과 보온단열효과를 넘어 원적외선 효과, 중금속제거기능, 향균 효과까지 있었다. 박 대표의 송이산업은 이를 계기로 송이를 이용한 화장품 개발에 나선다. 송이산업이 제주의 송이로 만든 팩은 국내외 화장품 시장에서 선도해 나갔다. 판매량이 급증하니 대기업들이 같은 제품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송이는 ①원적외선 효과(인체 세포 활성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 ②항균력 효과(각종 곰팡이 발생과 병원균 및 박테리아의 서식 억제) ③중금속 전자파 제거 효과 ④악취 포름알데히드 제거 효과(탈취제거) 등이 특징”이라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처음 ‘송이’를 화장품 소재로 개발한 안목에다 제주화장품산업 육성 의지를 바탕으로 박광열 대표는 2011년 ‘제주화장품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제주도 내 이·업종 간 기술 융합을 통한 공동 상생을 위해 2018년 ‘중소기업융합 제주연합회장’으로 경쟁력 강화 정책 개발에 앞장서기도 했다.
▲ 박광열 대표는 “제주 출신 청년의 머릿속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도내 대학을 졸업하고 취·창업에 나서는 청년에게 실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창업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이를 활용한 다른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 송이를 기반으로 한 자외선 차단제와 향균비누를 만들고 그 범위는 천연염색까지 뻗쳤다. 바르는 화장품, 먹는 화장품에 이어 ‘입는 화장품’에 초점을 맞추어 올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의 특성이 담긴 당유자를 화산송이와 제주도의 해양미생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천연염색을 하는 것이다. 기존의 화산송이를 이용한 천연염색도 효과가 뛰어났으나 더욱 우수성을 갖고 있다. 제주도 미생물을 활용하여 흡수력을 높였으며 균의 좋은 유효물질이 옷에 스며들게 하였다.

또한 일회성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척하여 쓸 수 있기에 자원절약을 이끌어 내고 있다. 송이산업의 입는 화장품은 기존에 사람들이 인지하던 화장품의 개념을 뛰어넘고 한층 높은 시선으로 개발 중이다.

 

㈜송이산업은 화산석송이를 활용해 건축자재, 보조사료, 탈취제, 기능성 페인트 및 천연염색 침구류 등으로도 사업화에 성공했다.


▲ 박 대표는 “풍부한 자원을 단순 산업화하는 것은 좁은 개념이다. 제주도내 중소기업 간 경쟁환경 해소를 위해서는 ‘Jeju Made in Korea’라는 특화상품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살고 있는 “집도 화장하라”고 말한다. 화산송이를 가공한 타일뿐 아니라 화산송이를 이용한 향균도료 등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풍부한 자원을 단순 산업화하는 것은 좁은 개념이다. 제주도내 중소기업 간 경쟁환경 해소를 위해서는 ‘Jeju Made in Korea’라는 특화상품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원 가치를 알아보고 이업종이라도 첨단 기술을 들여와 ‘제주 잇(It)’를 위한 융합 시스템 도입해 회원사의 결속과 스킬업(skill up)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제주 출신 청년의 머릿속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도내 대학을 졸업하고 취·창업에 나서는 청년에게 실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창업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느 산업이나 우수 인력 양성이 과제인데 이를 위해 새로운 방안을 꾸준히 도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박광열 대표가 "단순한 돌로 여겨지던 송이(Scolia)가 건축자재, 보조사료, 탈취제, 기능성 페인트 및 천연염색 침구류 등의 소재로 사용되듯 늘 새로움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박광열 대표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기술자이다. 기계 기술자로 시작해 돌(화산송이)에 천착해 돌전문가 되고, 사업가가 되었다. 스스로 기계쟁이임을 강조하는 그가 화장품 개발자가 된 것처럼 끈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늘 배우고 정리하고 새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다양함으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그는 '변화 촉진자'(change agen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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