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만든 ‘물안개와 운무 ‧서리’의 아름다움
- 가을여행의 시작은 ‘새벽안개와 구름바다·서리꽃’
- 어렴풋 보이는 아름다운 세상, 오리무중(五里霧中)...
- 늦가을 물안개가 환상적인 곳, 예당호와 용담호
- 3경 아름다움 감상하려면 새벽잠 설쳐야
[티티씨뉴스예산·평창=글·사진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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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수산 정산에서 바라본 예당호 건너편 구름바다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이 운해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
날마다 새롭게 기록을 경신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 폭염도 어느새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고 가을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지난 7일 겨울을 준비하라는 입동(立冬)에는 꽃잎마다 서리가 내려앉았다.
가을은 단풍으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노랗고 빨간 단풍의 화려함에 젖어 있을 무렵 가을은 어느덧 겨울을 향해 나간다. 늦가을 신새벽은 겨울의 색으로 시작한다. 겨울을 준비하듯 산하를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물안개와 운무 그리고 서리 꽃 등 흰색의 향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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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3경(물안개‧운무‧서리)은 해가 뜨고 기온이 올라가면 안개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부지런한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다. |
가을의 끝자락에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너머 단풍 곱게 물든 산 아래 능선을 감싼 구름바다와 꽃잎과 떨어진 낙엽마다 영롱한 얼음물방울 하얗게 맺혀있는 늦가을 수채화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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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예산 예당호수 물가에 심겨진 연밭이 늦가을 물안개가 피어 마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
예산 예당호 물안개와 봉수산 운해어둠과 밝음이 만나는 새벽호수에 안개가 자욱하다. 말 그대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평생을 호수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어부도 잠시 물길을 잃고 헤맨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밤새 응축된 물 알갱이가 무수히 물안개로 피어오르며 모든 새벽풍경을 감춘다. 물에 잠긴 나무와 서리 내린 풀, 마주하는 높고 낮은 산이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물안개에 휩싸여 하얀 도화지를 만든다. 이따금 오가는 자동차 불빛만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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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예산 봉수산 정상에서 본 아침풍경. 단풍과 운해가 어우러져 멋진 가을 풍경을 만들어냈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 산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며 사물이 형체가 조금씩 나타난다. 이 때 물위에서 춤을 추듯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향연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호수 중간 중간에 떠있는 좌대들을 배경으로 오리 떼가 날아오르고 얕은 물속에 자라는 나무 위로 왜가리 한 마리가 도도한 자세로 서있다. 짧은 시간동안 자연이 그려내는 다양한 수묵화를 담아내느라 삼각대에 카메라를 둘러맨 사진작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해가 중천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면 어느새 물안개도 안개처럼 사라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예산군 소재 예당호의 아침풍경이다.
사진가 최남식(61) 씨는 “낚시업에 종사해서 배를 타고 예당호를 누비지만 사계절 이 곳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한다”면서 “특히 늦가을 새벽의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보면 시상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예당호 인근의 봉수산휴양림에서 30분에서 40분정도 오르면 봉수산 정상 능선에서 예당호수 넘어 산 능선을 따라 봉우리만 남겨놓고 모두 구름에 잠긴 멋진 운해를 감상할 수 있다. 봉수산에 오르는 방법은 봉수산휴양림 외에서 임존산성 아래서 오르는 방법 등 다양하다. 가장 좋은 봉수산 운해촬영 포인트는 산 정상아래 산불감시초소이다.
대자연의 광활한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동안, 여백으로 가득한 한 폭의 산수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운해 역시 안개의 일종이다. 지상에 피어난 안개가 구름바다처럼 깔려 있다고 해서 운해라 불린다. 산 정상에 올라 켜켜이 겹친 산허리마다 휘감아 두른 운해를 바라보면 신비스러운 대자연의 형상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강원도 횡계리에서 마주한 서리꽃  |
▲ 노랗게 핀 들꽃에 서리가 곱게 내려 앉았다. |
곱디고운 가을 색을 한창 자랑하는 남쪽 지방과 달리 강원도의 산간지역은 어느새 초겨울이 되었다. 이번 주 들어 날씨가 급강하한 가운데 강원도를 비롯해 고산지역에는 기온이 영하권을 보이며 꽃잎 위에 혹은 떨어진 빨갛고 노란 나뭇잎에 서리가 흰 보석이 되어 곱게 앉았다.
습도가 높고 기온이 내려갈수록 서리 내린 늦가을 풍경과 함께 조만간 상고대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 올 것이다.
하얀 아침풍경을 자랑하는 장소는 전국적으로 많다. 인제 비밀의 정원,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 임실 옥정호 붕어섬, 예산 예당지, 안성 고삼지, 청원 대청호와 괴산 문광지, 진천 초평지, 경남 김해 화포천습지생태공원, 밀양 위양못, 창녕 우포늪, 전남 화순 세량지 외에도 이른 새벽, 두툼하게 옷을 입고 따뜻한 차와 함께 길을 나서면 어디든 단풍과 어우러진 늦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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