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를 살리자”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5-09 16:45:15
  • -
  • +
  • 인쇄
제주서, 기후변화 나침반 구상나무 살리기 시민운동 시작
“사라져가는 구상나무, 이 땅에 큰 별 같은 존재”
"정부, 지자체, 기업 참여하는 ESG경영 기금 절실"
김영한 의장 "구상나무 기후변화 희생 막아야"
최장혁 이사장 "한라산 구상나무숲학교 등 추진"
구상나무 고사, "농약 친 골프장 책임 있다"
우리나라 특산종, 미국 등 계량종만 60종 달해
매년 4월 30일은 '구상나무의 날' 로 선정

[티티씨뉴스제주=글·사진왕보현 기자]

“누구나의 마음속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한 겨울 눈 내리는 교회 예배당 한쪽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을 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 사라져가는 구상나무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다. 한라산구상나무협회는 미국산 종자를 구해 시범적으로 발아시켰다. 묘상에서 1년 정도 더 키워야 포트에 옮길 수 있고 그것을 5~10년 더 키워야 야생에 심을 수 있는 묘목이 된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쓰이는 구상나무가 우리나라 특산 종이라는 인식은 별로 없다. 단지 서양에서 전해진 하나의 나무인 줄 알 뿐이다. 그나마 근래에는 모두 플라스틱 조형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의 높은 산에서 살아가는 늘푸른 큰키나무로 20m까지 자라고, 잎의 뒷면이 하얀색이다. 다른 전나무 속의 나무들의 솔방울이 하늘을 쳐다보며 위로 서는 것처럼 구상나무 솔방울도 그렇다. 태양을 보고 전진하는 기상과 안정된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 그래서 88올림픽 때는 심벌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쓰이는 구상나무가 멸종위기에 있다는 소식과 이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어 만나보기로 했다.

 

"매우 큰 위기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냥 방치할 순 없었다. 구상나무 정도쯤이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땅의 큰 별 같은 나무다."
이런 마음들이 하나 둘 모여 8일 국내 최초로 구상나무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공식적인 단체로 등록을 마쳤다. 모임의 명칭은 '한라구상나무협회'다.

 

▲ 구상나무는 서양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나무다. 하지만 원조 구상나무의 고향은 놀랍게도 우리나라다. 소나무과 전나무속 상록수인 구상나무의 이름은 제주도 방언 ‘쿠살낭’에서 유래했다.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라는 뜻으로, 잎이 가지에 달린 모습이 성게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구상나무의 영어 이름 ‘Korean Fir’, 학명 ‘Abies koreana’에도 구상나무의 고향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한라산, 지리산 기슭에는 20년 전만해도 수천 만 그루의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다. 지금은 겨우 100만 그루 정도만 버티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두 가지 외적 영향 때문이다. 하나는 가뭄과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과 골프장 건설 등 인간의 인위적 탓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학명 '코리아 트리'가 바다를 건너가 '월슨'이라는 다른 명찰로 'Abies koreana WILS'으로 둔갑했다.

 

우리 땅에서 뿌리내려 살던 구상나무가 우리에게는 단지 소모품으로 쓰일 때 정작 외국 땅으로 건너가서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몸값도 묘목 그루당 100불 그 이상이다.
유럽에서는 한국 전나무(Korean Fir)로,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단일종이지만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등지에서 골드, 실버 등으로 개량해 개량종만 60여 종에 달한다.
물론 그 배경에는 기독교의 영향이 켰다. 성탄절 시즌에는 구상나무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최고의 심볼이 되기 때문이다.

 

▲ 구상나무 살리기에 뜻을 모은 김영한(왼쪽)회장과 최창혁 이사장


미시간대학 원예학과는 구상나무 자연 전문 연구로 몇 십 만 평 규모에 수천만 그루를 키우고 개량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3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뒤 늦게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등에서 복원 및 병충해 예방 등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측은 구상나무는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침엽수로 세계적인 희귀성이 있다고 선언했다.
즉,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순림(純林·한 종의 나무로만 이뤄진 숲)에 가까워 생물다양성에게 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고산지대 구상나무 멸종은 시간문제다.
구상나무는 침엽수이지만 잎사귀가 아이 볼처럼 매우 부드럽고, 잎 앞뒤 색깔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구상나무를 수십 여종 개량해 취향에 맞춰 유통되고 있다.
현재는 관상수나 공원수 등으로, 목재로는 가볍고 썩지 않아서 가구재 및 건축재로 애용되고 있다.


▲ 구상나무 홀씨 우측의 흰 부분이 날개 역할을 해 바람에 날린다.


한라산 중턱에서 1100m 이상으로 올라가면 구상나무 수십만 그루 군락지가 듬성듬성 머리카락 빠지듯이 소멸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한라구상나무협회'는 순수한 민간 차원에서 구상나무숲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모였다. 현재 제주, 서울 등지에서 뜻을 같이하는 20명이 협회 이사진을 꾸렸다.

취재진은 지난 5일 구상나무 보전과 보급차원에 눈을 돌린 이들을 만났다.
서귀포시 소재 한라구상나무협회 사무실에서 협회 김병한 의장은 "국내 언론들은 고사된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을 뿐, 살아있는 구상나무가 점점 사라지는지 조명을 하지 않는다."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피해 입은 구상나무를 반드시 살리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원산지인 제주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구상나무의 제주도 방언인 '쿠살낭(KooSalNang)'을 브랜드로 정했다."고 밝혔다.


▲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있는 수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라고 표기돼 있다. 다만 야생에서 자생하는 개체가 아닌 품종으로 개발돼 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 묘목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협회는 앞으로 구상나무 집단 군락지 조성을 목표로 먼저 종자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국립공원공단, 세계유산본부, 정부, 기업들과 힘을 모을 계획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생물다양성 인지와 학습차원에서 구상나무숲 캠프, 구상나무환경교실, 케릭터화, 친환경 사회공헌에 비중을 둔 등 기업과 다채롭운 협업과 이를 통한 자연보호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

'한라구상나무협회'는 지난달 제주도 이시돌목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구상나무를 심으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되살리겠다며 첫 행사를 진행했다.

김영한 의장은 제주커피수목원 대표로 겸하고 있다. 20년 전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과 총각네 야채가게' 등 수십여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귀농 1세대로 발효 커피나 커피와인을 생산하는 일도 성이 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라산 아래 자연의 혜택을 흠뻑 받으며 사는데 기후변화에 밀려 제대로 뿌리를 내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구상나무'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생물다양성의 의미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협회 설립 배경이 됐다.

올해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뜻을 같이한 과학잡지 편집장인 최장혁씨, 그리고 이사진 20명을 의기투합했다. 

 

▲ 김영한 회장

 

이들은 매년 4월 30일을 세계 최초로 '구상나무의 날'을 로 정했다.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행안부, 산림청 등과 함께 구상나무 복원과 연중 캠페인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협회가 추진하는 구상나무숲 등 조성할 부지로 선정한 오름밸트 위치는 정해진 상태다.

최장혁 이사장은 "국립공원 한라산, 유네스코 등재된 제주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은 구상나무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구상나무 오름밸트 구성 설계도를 보면, 한라산 500고지 중심으로 산굼부리 오름에서 새별오름(이사돌 목장), 광평오름(고배기동산), 상천오름, 영실, 돈내코 방향으로 띠 형상으로 수십여 차례에 걸쳐 심는다고 했다.

특히, 구상나무 오름밸트 내에 영어마을이 있어 학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지는데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구상나무 가든, 수목원, 자연사박물관, 구상나무숲학교, 구상나무 카페, 방갈로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 찾아오는 구상나무 원조의 나라를 명예회복을 되찾는데 집중하겠다고 계획이다.

▲ 최창혁 이사장

 

김영한 의장은 "문제는 정부나 공공기관, 그리고 ESG경영을 앞장 서는 기업들이 동참이 절실하다."라며 "구상나무 (종자)씨앗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구상나무 숲 조성에 필요한 땅은 먼저 3만여 평 크기로 군락지를 만들어서, 우리 토종 구상나무 보존과 다양한 힐링과 치유가 가능한 상품화도 병행해 국가에 지역사회, 자연보호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서귀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영한 의장은 '바람과 함께 구상나무 씨드 어드벤처' 구상안 자료를 내밀었다.

구상나무에 점점 사라지고 죽은 원인은 특이한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크게 5가지를 꼽는다."며 "제주도 화전민들이 연료사용의 벌목, 가뭄, 토양침식, 고기잡이에 쓸 뗏목(태우배) 제작용으로 찾다보니 구상나무가 훼손됐고, 또 하나는 기후변화에 노출된 부분과 무관심 탓으로 보호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상나무 멸종으로 내몬 병충해는 굼뱅이들이 뿌리에 집중 모여 갉아먹는 결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구상나무 군락지가 집중된 한라산 중턱 500고지 이상 주변에 32개의 골프장도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한 의장은 "유별나게 한라산 중간지대에는 과포화된 골프장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잔디 등 관리차원에서 무분별하게 뿌린 농약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 한라산 기슭에서 채집한 구상나무 종자

구상나무 씨앗은 날개가 달려서 바람타고 번식을 하는데 주변 환경의 악조건에서 발아도 못하고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의견이다.

한라구상나무협회 청사진은 빠르면 9월까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를 시작해서, 국립공원공단,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생태원 등 6개 기관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최장혁 이사장은 "구상나무는 흔한 나무가 아니다."며, "쇠퇴 및 복원 현장을 민간차원에서 캠페인을 시작하지만 정부 지자체, ESG경영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빠르면 9월 쯤에 국회와 함께 구상나무 복원 프로젝트 토론회, 참여 기업들과 다자간 협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수종으로서의 가치를 주목했다.
최장혁 이사장은 "씨앗 확보와 묘목을 심기 위해 씨앗을 발아시키고 일 년 동안 잘 키운 묘목을 한라산 숲조성지에 심겠다."고 한다. 또 "구상나무 심기는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비록 환경 보존과 복원 목적으로 민간차원에서 출발하지만 정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고 거듭 말했다.

세계유산본부센터는 “현재 구상나무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상기후 현상으로 고사량(숫자)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림은 전체 면적이 2006년 796.8㏊에서 지난해 606.0㏊로 감소했다. 이 속도면 10년 내는 40% 이상 감소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김영한 의장은 "제가 심어 본 구상나무 묘목 경우 꼭 일 년에 한 번씩 굼뱅이 약을 뿌리 밑에 쭉 뿌려줬다."면서 "아직 명확한 결과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와 뜻을 같이한 제주도민 중에 땅을 기부할 의사도 비췄고 사회적 가치에 보탬이 되는 일에 쓰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최장혁 이사장은 최근 제주도 세인트론스베리 국제학교와 업무협약 배경과 관련 "학생 봉사활동 중 기껏 해봐야 해양 쓰레기 줍기 정도였는데 세인트론스베리 학교장이 구상나무 복원도 굿(GOOD)이라며 역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구상나무 벨트 조성은 구상나무 시범 마을에 영어마을 학생들과 국제 환경캠페인을 기본설계도 마친 상태다.

물론 선행돼야 할 문제도 있다. 구상나무 오름 벨트 내에 심을 구상나무 묘목 확보다.
특히 "제주도와 산림청, 환경부 국립공원공단과 협업은 필수"라며 구상나무 로고 심벌 등 작업도 마쳤다고 내밀었다.
▲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 신부 포리(Faurie)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이후 해당 정보를 식물학자 어니스트 H.윌슨(Wilson) 박사가 입수했고 1920년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하면서 구상나무 존재가 처음 국제적으로 알려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올해부터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방안 마련을 위해 병해충 연구를 본격 추진한다.

올해 국비 5000만 원을 투입, 서울대 식물병원 등 전문 연구기관은 병해충 발생과 피해 실태, 위협수준 분석, 정밀 모니터링 등 병해충 조사연구에 나선다.

지난해까지 구상나무 고사와 쇠퇴에 관여한 병해충은 25여종으로 좁혀졌다. 이 중 병은 10종이고 해충 15종이다.

세계유산본부는 2026년에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 활용 보고서 발간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 명현호 박사는 "공단은 지리산 구상나무 살리기에 기재부 예산과 한라솔루션 ESG기금을 통해 지원받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명 박사는 "한라산, 지리산 구상나무는 사람과 똑같이 외부의 영향인 태풍(넘어짐), 가뭄(말라죽음)에 따른 스트레스로, 병충해 침입으로 죽는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명 박사는 "국립공원공단 현재 약 3만 본의 구상묘목을 식재하고 집중 관리하는데 여전히 예산확보가 걸림돌"이라고 했다.

한편, 2025년 9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구상나무의 생태관리와 보전전략을 논의하는 국제학술회의 개최한다.

[저작권자ⓒ 티티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책

+

경제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