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따라 휘늘어진 봄버들 연초록 세상 만들어

글·사진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03-30 1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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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 샛강생태공원 연초록 세상
- 봄바람에 흔들리는 실버들
- 가양대교, 양화대교, 반포지구 도 초록세상

[티티씨뉴스=글·사진 왕보현 기자]

▲ 봄바람에 너울거리며 연초록 물결을 이룬 여의샛강생태공원 버드나무 군락 옆 자전거 전용도로에 시민들이 봄향기를 호흡하며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 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내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갖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내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엔/ 외론 맘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한갖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내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엔/ 외론 맘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 최악의 황사를 보인 29일 오전, 양화대교 아래 양화한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버드나무들이 옅은 안개 속 한폭의 수묵화를 연출하고 있다.

김소월이 버드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노래한 시를 가사로 70년 대 후반 희자매가 부른 ‘실버들’의 가사이다. 이 노래로 데뷔한 희자매의 인순이는 이 시대의 디바로 성장한다.

임이 떠나가면 이 아름다운 봄도 나에게는 황량한 유배지가 될 터인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실버들만 바람에 흩날린다고 했다. 얼마나 애잔한 사랑인가. 사랑하는 임을 보내야만 하는 소월의 애끓는 심장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 따사로운 봄 햇살과 적당히 시원한 강바람, 강변을 따라 줄지어선 버드나무의 화사한 연두빛을 만날 수 있는 한강변과 여의샛강생태공원은 최고의 봄나들이 코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애끓음을 노래했지만 봄바람에 날리는 실버들의 연초록 유영을 보고 있노라면 시인의 마음보다는 새로운 창조에 대한 경이가 생긴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고통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우리 곁에 찾아왔다. 100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개화한 벚꽃도 만개해 아직 청초한 노랑을 유지하는 개나리와 붉은색 꽃을 피운 명자나무와 함께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화사한 계절을 선보이고 있다.
▲ 여의 샛강생태공원 입구 윤중로에 벚꽃이 만개하고 그 아래 명자나무가 붉을 꽃을 피웠다.

 

버드나무는 여기저기 피어나는 봄꽃들에 앞서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식물이 있다.
바로 한강변을 차로 달리다 보면 강가를 따라 줄지어선 연초록 버드나무 군락이 계절의 변화를 우리에게 전한다. 

▲ 29일 오전 시민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소속 연구원의 설명을 들으며 생태탐방을 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예로부터 시와 그림에서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는 아주 친숙한 나무이다.
29일 동녘 하늘에 해가 막 솟아오른 이른 아침, 황사와 미세먼지, 안개가 뒤섞인 한강 하류 가양대교, 양화대교를 거쳐 버드나무 군락이 잘 조성되어 있는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을 찾았다.
희뿌연 안개 속 양화대교아래서 바라본 강 건너편 버드나무 몇 그루는 제각각의 자태를 뽐내며 농담이 적절한 수묵담채로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가양대교 아래 버드나무 군락 역시 자연이 그린 봄 풍경화이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안에서는 봄바람에 너울거리는 버드나무 아래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시민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봄바람을 맞는다.

▲ 따사로운 봄 햇살과 적당히 시원한 강바람, 강변을 따라 줄지어선 버드나무의 화사한 연두빛을 만날 수 있는 한강변과 여의샛강생태공원은 최고의 봄나들이 코스이다. 봄바람에 너울거리는 버드나무 아래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시민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여의도 개발 후 저습지로 남아 주변 환경이 열악한 상태로 방치되었던 것을 1997년 국내 최초로 조성한 생태공원이다. 버드나무, 갈대, 억새 등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 샛강공원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인근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이용하여 계류폭포, 연못을 조성했다. 주변에는 습지성 식물인 부들, 미나리, 물옥잠 등을 심어 수질개선과 자연환경에 적합하도록 가꾸었다. 자연생태를 복원하면서 시민들이 계절의 변화와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요즘처럼 황사와 미세먼지, 끝나지 않는 감염병에서 도시의 숲은 시민들의 피난처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 줄 재충전의 공간이다.
▲ 여의샛강생태공원은 도심의 숲은 콘크리트 빌딩과 황사, 미세먼지, 공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주는 도심 속 '생태오아시스'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숲 해설사 신정은 씨는 “버드나무는 365일 항상 예쁘다. 세계적으로는 300여 종, 우리나라에는 4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여기 샛강에 7~8종이 있다. 형태는 거의 비슷하지만 붉은 빛을 띠는 수양버들과 노란빛의 능수버들을 비롯해 광주리 등 생활도구를 만드는데 많이 사용했던 키버들과 선버들, 호랑버들 등이 서식하고 있다. 봄을 맞아 시샘하듯 가지마다 터지는 버들 꽃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 한강시민공원에서 봄바람 맞으며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서 연초록 봄을 충분히 눈에 담고 가슴으로 호흡한 후 반포 한강시민공원 내 서래섬을 찾았다. 이곳 역시 서래섬 주변으로 버드나무 군락이 잘 형성되어 시민에게 녹색공간과 쉼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연초록 봄이 새삼 고마운 요즘이다.
▲ 서래섬 둘레를 산책하는 시민들


서래섬 둘레를 산책하는 내내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매어 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으리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가노라”하는 경기민요 노들강변의 가사가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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