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주체로 세우는 그린뉴딜을 바란다! ‘한국형 그린뉴딜’에 대한 논평
지난 7월 14일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그린뉴딜 정책을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했다.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조 4000억 원을 투자하는 그린뉴딜은 “인프라·에너지 녹색전환, 녹색산업 혁신을 통해 탄소중립(Net-Zero)를 지향”하는 것이며 한국은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그린 선도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하였다. 국제적으로 기후악당 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반드시 가야하고 실천해야할 국가정책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직한 정책목표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들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는 2025년까지 73조 4,000억원을 들여 일자리 65만 9,000개를 만들도록 설계했고, 202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0.1%에 해당하는 1,229만t의 온실가스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경로와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위 좌초자산으로 평가받는 화석연료 유관기업 등의 전환 과정과 디지털 뉴딜로 줄어드는 일자리 대책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스마트 그리드라고 명명한 ‘지능형 계량기 보급 사업’은 이로 인해 사라지게 될 검침원의 일자리 대책에 대한 고려와 연결되지 않는다.
또한 정책 비전에서는 분명하게 ‘탄소중립 목표로 경제 사회의 과감한 녹색전환 추진’을 명시하고 있으나, 2030년까지 45%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1.5℃ 상승제한과 2050년 넷제로 목표라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은 따르지 않았다. 최근 많은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2030/2050 목표치를 제시하며 전 방위적인 전환을 정책에서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마당에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의 한국이 내놓은 하는 듯 마는 듯한 계획에 누가 공감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최근 한전이 인도네시아에 2GW의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매우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직접 탄소 중립을 언급하는 마당에, 실행단계에서 연간 1,200만 톤의 탄소배출 사업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그린 선도국가가 될 수 있겠는가?
금번 그린뉴딜 정책에서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 사업처럼 복지적 측면의 약자보호가 언급되지만, 전염병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라는 미증유의 복합위기 상황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이다. 한국의 양극화와 가계부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복합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는 농민, 어민, 노동자, 청년, 시민의 다수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는데 있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들 취약계층이 기후행동 공동체를 만들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붐업을 일으켜야 한다. 지난 2개월간 정부 부처가 열심히 만들어 내 놓은 본 계획이 위로부터의 그리고 현대자동차와 네이버가 주도하는 대기업 중심의 그린뉴딜이 된다면 이전 정부에서 시행되었던 ‘녹생성장’과 그 어떤 차별성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형 그린뉴딜이 ‘정의롭고’ ‘공정한’ 전환이 되기 위해 보완해야할 점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정의로운 전환, 즉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그들에게 직접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역 중심의 그린 뉴딜 계획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린뉴딜 재원의 30% 이상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각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이 구체화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둘째, 탄소중립(Net-Zero)으로 전환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 2030/2050 목표치를 정확히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여야 한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의 전환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계획만 세우고 정책실행 효과 없는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지원 시 탄소저감 목표치 제시, 기업의 탄소저감 계획 공시 의무화, 처벌을 포함한 실효적 규제 등 모든 정책적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셋째, 녹색 부흥(green recovery)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린뉴딜을 위한 정책개발에 과학자들과 함께 지역과 현장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과학자들과 시민의 목소리가 담긴 살아있는 정책이 개발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한국형 그린뉴딜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렇기에 자칫 정부주도의 위로부터의 계획, 기업부문의 활성화에만 치우친 재정투입 계획으로 양극화가 더 악화되길 바라지 않는다. 높은 민의를 지닌 한국의 국민들이 그린뉴딜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정책이 되려면 솔직해야 한다. 지구적 저성장과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가 이미 우리의 삶이 되었다. 보다 많은 생산과 소비를 통한 성장으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고, 과학기술만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언술은 이미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전환의 과정에서 고통이 나타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피해의 강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