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시대, 인력난 해소의 대안
- “오늘도 떴다.” 하늘 위 최고효자
- 농업용 방제드론 스마트 영농시대 열어
- 농부가 한나절 할 일, 30분에 뚝딱…
- 공동방제로 방제 효과 극대화
[티티씨뉴스 안동= 글·사진 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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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에서의 드론 활용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력 수급이 뚝 끊긴 농촌에서 상머슴을 자처하고 나선 ‘드론’의 활용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늘의 일꾼 드론은 어느새 영농의 필수 장비로 자리잡았다. |
고령화시대, 농촌의 고령화는 지역의 문제를 넘어 농촌소멸의 시계를 앞당기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 농촌의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영농현장에 농업용 드론이 투입되면서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농업인이 농약에 노출되는 문제도 해결되고 방제효과도 높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은 고령화로 소멸의 시계 바늘을 늦추는 농촌의 최신병기이다.
“참 좋은 세상이야, 이제는 파종부터 추수까지 기계들이 다해주고 나는 잡초나 가끔 뽑아주고 물 관리 정도나 하지 뭐”라며 “올해도 풍년이 들것 같은데 쌀값이 자꾸 떨어져 걱정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양보해서 전 국민이 다 같이 잘 살아야지!”
드론 방재가 시행되고 있는 경북 안동시 풍산읍 벌판에서 만난 김종호(80) 씨는 “사실 아내도 아프고 나도 이제 힘이 붙여서 농사를 고만 지으려 했어. 근데 저렇게 순식간에 방제를 해주니 감사하기도 하고 한동안 농사를 더 지을 수 있겠다”며 환하게 웃는다.
지난 18일 새벽, 농업용 드론을 실은 트럭들이 어둠과 안개를 헤치고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못곳길에 위치한 신흥농산 주차장에 속속 모여 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팔도 농업드론방제사들의 18대 드론방제차량이다.
안동시 전역의 1,2차 드론방제를 책임진 신흥농산 드론방제단의 조성순 대표(56)는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맑아 힘들겠지만 일몰시까지 많은 지역에 방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욕심내지 말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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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제드론의 날개에서 일으키는 하향풍으로 작물 밑부분까지 약제가 골고루 침투되고 있다. |
조 대표는 “방제사들이 고생이 많아요. 드론방제는 이슬이 내려앉아 있을 때 약을 뿌려야 효과가 좋기 때문에 보통 해뜨기 전부터 작업을 한다. 하루 종일 위험물을 피해가며 일정한 고도로 균일하게 방제 해야되서 늘 초긴장 상태다. 작물의 종류에 따라 농약의 농도를 조절하고 비행체의 높이와 속도, 노즐의 분사각도와 양, 바람과 온도까지 종합해 드론을 조정해야 해서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아무리 조심해도 유기농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농민과 이따금 마찰도 생기고 전파방해나 기체의 이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의 농민들은 공동방제와 드론방제의 중요성을 알기에 협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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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위치한 신흥농산 항공방제단 회의실에서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반 농업드론방제사들이 하루 일과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
2인1조의 방역팀은 조 대표에게 자신들이 방역 할 지역을 다시 한 번 확인 후 서둘러 농약과 영양제를 받아들고 주차장을 나섰다.
안동시 풍천면 기산리 일대 방역을 맡은 이달원(52) 방제사는 안개가 자욱한 농로에서 살충제와 살균제에다 영양제까지 약통에 담고 물을 배합해 젓는다.
‘위이잉~’
30리터의 방제약품과 영양제를 가득 실은 방제드론이 농로를 수직으로 힘차게 올라 안개를 헤치며 논 한가운데로 날아간다.
방제팀은 농민이 반나절을 걸려야 겨우 끝낼 일을 불과 30분 만에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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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기반인 무인멀티콥터 드론은 작물 생육 확인, 병해충 예찰, 농업 환경 모니터링 등 농업 분야 전반에 활용할 수 있다. |
힘든 농사일 ‘쓱쓱~’에 농민 관심 ‘쑥쑥~’
농업분야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을 이끄는 드론이 영농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농촌에서의 드론 활용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농촌에서 언제부터인가 논밭을 활기차게 날아다니는 하늘의 일꾼 ‘드론’은 자녀들을 대신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욱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외국인 노동자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일손부족 문제가 급격히 심화되자 연로한 농민들도 드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국의 상당수 지역농협들은 직원과 지역사회 청년들이 힘을 모아 ‘드론방제단’을 창설하는 등 드론 활용 방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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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 김종호(사진 왼쪽) 씨는 작업을 마친 방제사들에게 준비한 과일과 음료를 권하며 “내가 직접 분무기를 메고 방제를 하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면적인데, 30분 만에 모두 마쳤다"면서 “드론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
방제용드론은 고령화된 농촌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은 물론 기존 광역방제기나 무인헬기에 비해 월등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기에 인기가 높다.
그동안 드론방제를 미덥지 않게 생각했던 농민들도 논밭 방제의 노동력·비용·시간 절감 효과를 확실하게 체험하면서 ‘농촌 들녘의 최고 효자’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드론은 단순방제를 넘어 벼 직파재배와 비료살포는 물론 밭작물 방역도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다. 이외에도 소독차량의 접근이 어려운 축산농가의 지붕이나 수풀이 넓게 우거진 하천 등 방역 사각지대에서도 방역을 수월하게 해낸다.
서안동농협 박영동(62) 조합장은 “그 동안은 농가별 개별방제를 했고 올해 처음 공동방제를 했다. 내년에는 2천 명 조합원이 대부분 공동방제를 할 예정”이라며 “드론방제의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고 방제 뿐 아니라 비료주기와 콩과 마 등 밭작물과 과수농가에서 드론을 활용할 것이다. 우리 농협에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제용드론은 고령화된 농촌의 인력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고, 기존 광역방제기나 무인헬기에 비해 월등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방제용드론은 드론 날개에서 일으키는 하향풍으로 작물 밑 부분까지 골고루 약제가 침투되어 인력 살포 대비 약제 비산량도 적어 병해충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광역방제기인 무인헬기에 비해 낮게 떠 비행하는 드론은 정밀방제가 가능해 방역효과 역시 우수하다. 올 여름처럼 폭염이 이어진 경우 과도한 농사일로부터 인명피해 예방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남기포(57) 농협대 교수는 “힘들고 몸에도 안 좋아 농민들이 제일 꺼려하는 작업이 방제작업이다. 일손도 부족한 상황에서 드론이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농업은 점차 첨단화되고 고도화되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인 드론도 디지털과 접목되면서 자동촬영을 통해 농작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해 최상의 상태로 농작물을 키워낸다. 농협도 농사의 시작에 수확까지 스마트농업을 확산시켜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동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은 잡초방제, 종자파종, 원예작물 비료살포, 병해충 예찰 및 생육상태 확인 등 다양한 부분에까지 기술발전이 이뤄졌다.”면서“디지털 농업기술 보급 확대로 농업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드론의 활용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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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몰 시까지 방제작업을 마친 드론들이 귀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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