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왕보현 기자]
학교를 미래형 교육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사업이 한창이다.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그린스마트스쿨 사업’과 ‘공간혁신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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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40년 된 노후 건물 해체철거공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에너지공기업 본사 현장. 철거업체는 물대포를 사용해 먼지 비산을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굴욕적인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
학교공간을 미래교육에 대응할 교육 환경으로 구축하고, 기존에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학교 시설 공사를 교실 또는 영역 단위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정부나 교육청 주도가 아닌 학교나 학생이 직접 학교공간 설계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적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역량을 향상하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공간혁신사업의 기초단계라 할 수 있는 노후 건물 해체철거공사에서 유해물질을 다량 발생시키는 공사가 버젓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전문매체 연합취재팀이 현재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공간혁신 사업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유해성 물질 덩어리 콘크리트 건물 해체 철거의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1994년 서울 용산구 남산 기슭에 있던 외국인 아파트 철거다. 문제는 건물 전체가 털썩 내려앉으며 막대한 양의 먼지가 한남동 일대를 뒤덮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다. 오염물질 비산의 유해성에 대해 무지했기에 누구도 인식하지 못했고 이의 제기도 없었다.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2018년 9월 6일 밤 11시, 서울특별시 동작구 상도동 서울상도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공립유치원 건물 주위의 지반이 침하하고 토사가 붕괴하면서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의 절반가량이 심하게 기울어졌다.
2018년 3월부터 안전 진단 결과 주변의 건설 공사로 인한 붕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으나, 동작구청과 시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9월 5일이 되어서야 접수 신고를 받았을 때엔 상황이 이미 종료되었다.
그해 9월 서울시 동작구 산기슭에 위치한 상도유치원 철거 과정에서 무너졌다. 당시 붕괴과정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먼지가 그대로 노출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다. 명백하게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축법, 대기환경법 등을 위반했다. 그 때만 해도 석면안전관리법이 개정조차 되지 않았을 때였으니 1급 발암물질에 의한 피폭도 도외시 됐다.
2018년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 본사 건물 해체철거는 더 리얼했다. 발주처나 시공사는 비산 억제는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막상 현장은 엄청난 먼지구름이 확산돼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는 먼지 저감대책으로 초대형 물대포 방식을 채택했다.
■ 학교안전연구소 "아이들 건강권 보호 교육부 의무"철거업체가 작성한 해체계획서는 처음부터 엉터리였다. 현장 여건상 한꺼번에 만들어진 발암성 콘크리트 먼지는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무용지물 기술을 예산만 축낸 것이다. 발주처와 시공사, 책임감리는 법을 위반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 같은 졸속 추진의 배경에는 행정편의주의에 빠진 ‘해체방식 선택’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5년이 지났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총 2,835동을 헐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그린스마트스쿨 사업’과 ‘공간혁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기준 전체예산만 18조5,000억 원이 넘는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은 2020년 7월에 발표된 학교 교육환경 개선 사업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라고도 한다. 2025년까지 약 19조 가량이 투입되는 단일 교육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실질적인 학교 수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공급자 위주의 시설에서 사용자 중심의 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부는 40년 이상의 노후학교 개선에 적용한 후 단계적으로 전 학교를 그린스마트스쿨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공간혁신사업은 쉽게 말해 학교의 남은 공간을 학생들이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기존 학교공간이 미래형 교육공간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2018년부터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시작으로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그러다 2021년 교육부의 학교공간혁신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2022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미래교육체제의 조기 정착을 위한 영역단위 공간혁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 17개 시도교육청은 그린스마트스쿨사업 선행 사업으로 학교 공간혁신사업이 한창이다.
취재과정에서 중요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교육부와 산하 교육지원청들이 사업목적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이유는 해체계획서에 해체공법 채택을 친환경적인 기술인지조차 인지하거나 적용할 의도조차 없었으며, 담당자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꾹 닫고 있다.
11개 시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수 백여 동 건물을 철거했다. 공사 과정에서 주민과 학생, 교직원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구조물 안전진단 업체 이 모 대표는 "행정당국이 문제다. 신기술이나 특허 공법이 친환경적이어야 해서 심의를 거쳐 적용해야 하는 데 예전 방식의 철거공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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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철거공사가 이뤄진 대부분의 학교는 오픈된 작업공간에서 작업자가 호스를 들고 물을 뿌려 비산먼지를 억제하거나 펜스 형식의 가림막으로 소음 진동을 막는 게 고작이었다.
몇몇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낙찰 받은 철거업체 계획서대로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특례시 권선구 소재 초등학교가 이렇게 진행했다. 국회 행안위와 교육위를 통해 사업 예산에는 공사 과정 중 안전 구축 및 오염물질 배출을 차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학부모 환경안전 감시 필요”국회 교육위 소속 이태규 의원실(국민의힘)은 "더 늦기 전에 문제(지적사항)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며 필요한 자료를 모으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 전 교육청 공무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했듯이 건축물 콘크리트 성분 중에 지정폐기물로 만든 시멘트가 주원료인데 바로 1급 발암물질이 많다"며 "그런데 교육부는 기존 철거 공법을 고집하고 공사 과정에서 벌어질 여러 민원 및 학생들 건강권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는 학습력 강화와 스마트한 환경조성 목적으로 집행한 사업들이 부실한 책임감리를 비롯해 시공사의 말만 믿고 엉터리 해체계획서에 농락당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가예산을 바르게 써야한다"고 덧붙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모든 시멘트의 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이 기준치를 충족하고 있지만 몇 개 회사 제품은 6가크롬, 납, 비소, 수은, 아연, 불소 등 10여 가지의 중금속이 기준치를 넘고 있다. 이 기준치를 근거로 볼 때 환경문제에 무감각했던 30~40년 된 콘크리트 구조 학교 건물은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대량으로 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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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체 건물 지붕까지 전체를 덮지 않는 이상 먼지 비산·소음·진동 저감 행위는 무용지물이다. |
취재 결과, 교육부는 해당 지원청과의 공조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반환경적인 공사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 특히 해당 시도교육청들은 해체업체들이 내민 통상적인 공사 방식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소재 철거업체의 한 임원은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해체공사는 신축공사와 전혀 달라서 오히려 더 어렵고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 관계자는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폐암, 기형아 출산,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는 발암성 물질이 내포돼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교육청 산하 지원청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의 공간혁신사업 해당 학교는 처음부터 먼지비산·소음·진동 억제 기술을 해체현장에 적합한 공법을 선택하지 않고 일반 공사장에서 쓰는 가림막 수준의 계획을 잡거나 강행했다.
교육부의 '공간혁신사업'과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은 진행할수록 막대한 양의 발암성 물질이 날릴 수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교육부 사업을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주민, 학생, 학부모까지 만족도를 높이는 특화된 공법이 있다면 권장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간혁신사업은 그린스마트스쿨사업의 축소판이었다. 광주 소재 모 교장은 “앞서 석면해체공사를 마쳤고 민원 문제 등으로 철거에 대한 압박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시공사가 작업 방식은 설계 중인데, 학부모 의견도 전달했다”라면서 “우려되는 주민, 학생, 교직원 등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바짝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폐콘크리트 발암물질 있어”
학교 특성상 처음부터 민원이 없도록 친환경적인 공법도 고려할 부분이라는 입장도 폈다.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 철거는 심의과정에서 설계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특히 비산 문제, 유해성물질 차단 장치 등도 학교측, 시공사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지원청 입장과 달리 해체 계획서조차 내지 못한 학교 맞춤형 친환경공법 기술 보유한 업체는 전혀 다른 반응을 냈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이미 지원청에 사전미팅과 함께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니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 대표는 해체할 중학교 답사에서 왜 친환경공법으로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해당 중학교 담장을 끼고 다세대연립주택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고, 기존 철거공사로는 민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업체 대표는 그러면서 “발암물질이 날리는 것을 묵인하는 공사가 진행되는 이상 학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피폭되는 것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도 해를 준다”며 “환경·보건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공사를 하도록 맡기는 교육당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교 정문 앞에 거주 중인 최 모(49세)씨는 “공사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먼지나 소음, 진동이 엄청나다고 해서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만약 홍보한 대로 친환경적인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원과 진정은 물론 고발도 불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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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제시한 그린스마트학교 가이드 지침에는 학교 철거에 대한 환경매뉴얼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
광주하남교육지원청 행정국장은 “공간혁신사업이 무리 없도록 공사 중 벌어질 수 있는 환경문제는 없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앞 S아파트 주민들은 “철거한답시고 2개월 동안 소음 진동은 물론 건물을 부술 때 뿌연 먼지가 날려와 몇 번을 신고했다”며 교육청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수원교육청은 “해당 학교 공사는 소음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3중으로 막고 공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 현장은 지붕 없이 뻥 뚫린 채 철거했다. 해당 공사장 책임감리자는 “각종 철거 장비가 움직이면 물을 뿌리는 데, 이 같은 작업방식으로 시끄럽다는 민원은 조금 있었다”고 고백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최예용 소장은 “학교건물 해체는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이고 주민들에게도 1급 발암물질인 석면과 미세먼지 노출 위험이 매우 크다”며 “에어돔과 같은 물리적인 노출방지 시설과 환경단체와 주민, 학부모로 구성된 환경안전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아울러 “학교 석면은 학부모들로부터 꾸준히 문제가 지적됐듯이, 앞으로 벌어질 학교건물 철거에 있어 교육부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의 전환에 시기를 놓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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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원청 관할 초등학교는 공간혁신사업 목적으로 기존 노후화된 학교를 철거했다. 문제는 공사 내내 먼지가 비산하고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
서울 소재 석면해체 업체 대표는 “학부모들 입김이 강한 서울시는 그나마 제대로 한다고 하지만, 경기도교육청 산하 학교는 이마저도 없이 허술한 분위기”라며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의 공사 집행에 대한 시스템도 문제다. 공간혁신사업이나 그린스마트학교 사업 전개 과정도 중요하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붕까지 덮는 완전 밀폐형 친환경공법이 있는데도 무시하는 건 결국 학부모들로부터 지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특수성을 감안하면 단순한 철거업체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입찰과정에서 적정가와 함께 공법심의를 친환경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대해 “교육부나 산하 지원청은 공사 전후 모니터링을 통해 공사 중 위험 요소를 차단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며 "교육부는 환경부와 협업을 통해 긴밀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공간혁신사업을 진행한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주 감독 책임만 있을 뿐, 민원 발생 억제나 친환경 공법은 듣기는 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이 모두 예전 방식을 답습하는 데 먼저 나서서 찾아 쓰는 것도 부담스럽고 눈치도 보인다”고 호소했다.
건축설계사 이 모 대표는 “해체설계 의뢰 역시 작업방식 심의를 놓고 안전성, 환경성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대부분 서면 심의로 끝내 중지를 모아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심의 앞서 현장 방문까지 해서 공사 여건이나 공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만 그런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즉 입찰 받은 업체가 작성한 설계도(해체계획서)를 주면 그저 최종 승인하는 것이 통용된 관행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축관리법 상 해체계획서 심의 필수조건인 해체공법과 안전관리 및 환경관리계획 등 7개 항목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해체작업 필수조건인 환경유해성 발생에 대해 석면 여부, 해체과정에서 소음, 진동 및 비산먼지로 인한 인근 피해 가능성까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비산먼지를 최소화할 공법도 권장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저소음 저진동을 기본으로 공사장에서 물뿌림(살수)만으로 외부 비산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분명하게 명시해 놓고 있다.
■국토부, 해체계획서 유해성 차단 명시 허울뿐이번 취재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100% 지붕 밀폐형 시스템 비계화된 특허공법이 존재도 재차 확인됐다.
해당 기업 대표는 “기존 해체공사와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이미 스위스 취리히 등 EU국가·도시에서도 완전 밀폐형으로 건물을 해체하는 공법을 선택해 외부로 비산오염물질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 밀폐형 해체 공법은 기존 해체공법과 차원이 다르다. 해체 대상인 학교 지붕까지 시스템 판넬로 덮고 공사장 안에서 떨어지는 먼지를 강제로 낙진시킨 후 100% 포집한다. 아울러 음압시스템을 가동해 외부로 새어 나갈 수 있는 부분까지 원천 봉쇄해 차단한다. 공법 특징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물론 소음과 진동까지 자동 지능화로 제어해 작업자 안전사고까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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