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 경북 청도·군위·상주=왕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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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의 한 농가에서 할머니가 가을하늘 아래 여유롭게 고추를 다듬고 있다. |
한가위 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주말, 경북 청도, 군위, 상주 등 고향마을을 찾아 나섰다. 가을의 수확을 준비하는 벌판의 나락은 고개를 숙이고 가을 햇볕에 풍성하게 익어가고, 한여름 폭염을 이겨낸 빨간 고추는 마당에 가득 펼쳐져 가을볕을 받고 있다.
과수원에는 햇과일들이 수확되고 있고, 감나무에 달린 감도 익어간다. 예년 같으면 부모 찾아 귀향하는 아들, 딸, 손자, 며느리 맞느라 분주해야 할 고향마을에 쓸쓸함이 감돈다. 취재진이 찾은 어느 마을에서도 한가위 명절을 앞둔 고향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 한가위’가 되면서 고향의 부모나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나 모두 섭섭한 명절이 될 전망이다.
고향마을 뿐 아니라 예년 같으면 한참 북적일 읍내 시장과 장터도 썰렁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나마 고향을 방문하거나 내려오지 못하는 자식들에게 나눠 줄 참기름을 짜고 고춧가루를 빻기 위해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방앗간에서 명절의 작은 조각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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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청도군 유천마을의 한 방앗간에 할머니들이 고추가루와 참기름을 만들기위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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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청도군 유천마을의 한 식당에서 마른고추를 다듬고 있다 |
군위 한밤마을 돌담 안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던 한 어르신은 “전에 명절 같으면 손주들이 시끌벅적 뛰어다니고, 전부치는 기름 냄새며 송편 빚으며 오랜 만에 못 다한 이야기 나누는 자식들, 며느리들 모습 옆에서 지켜보는 것 만해도 마냥 흐뭇했는데”라며 “지금은 그런 명절은 기대도 안 해, 코로나 끝나고 가끔씩이라도 손주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올 추석도 모이면 안돼요" 벌초 대행 서비스와 선물 택배만 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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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만 7만 건이었던 벌초대행이 지난해에는 2만 4천 건으로 급증했다. 전국의 산림조합과 농협에서는 고향방문이 어려운 출향객들을 위해 벌초대행을 하고 있다. 산림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미 큰 묘지들은 대부분은 벌초 서비스를 마쳤고 한 두기씩 있는 소형 묘지들의 마무리 벌초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고향 마을은 비어가지만 들녘의 벼들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익어가고 있다. 양지바르고 야트막한 동산에 위치한 산소들은 대부분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명절을 맞아 지난여름 무성해 진 조상의 묘 봉분 벌초를 일찌감치 끝낸 경우도 많지만 그 못지않게 벌초 대행이 고향마을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었다. 명절에 맞춰 고향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조상 묘 벌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형제와 친척이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아지면서 벌초대행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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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위군 한밤마을 과수원에서 수확한 사과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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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후 최환수 이장과 장모, 아내 김순희 씨가 집 앞마당에서 햇 땅콩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7년 전 아내가 자신의 고향인 상주에 가서 살자는 말에 최환수(63) 이장은 서슴없이 짐을 챙겼다. 부산에서 건축업에 종사했던 최 이장은 사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자신의 부모는 모두 돌아가신 상태여서 사랑하는 아내의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먼저 내려와 장인과 장모를 돌보면서 상주시 낙동면의 대표 농산물인 오이 농사를 차근차근 배웠다. 귀농 당시도 마을에 젊은이들이 별로 없어서 농사나 힘든 일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했다. 최 이장도 이듬해 부산의 살림을 정리하고 내려온 아내와 본격적으로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상주의 겨울오이는 특히 전국적으로 유명해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지어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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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마을에는 해가 갈수록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떠난 집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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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의 한 농가에서 할머니가 가을하늘 아래 여유롭게 고추를 다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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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열차가 달리는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마을 전경. 화본역을 중심으로 아직 옛 풍경이 남아있는 고향마을이다.(드론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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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다락논의 벼들도 알곡을 달고 고개 숙여 익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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