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씨뉴스 제주 = 글·사진 왕보현 기자]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1월이다. 11월은 순우리말로 미틈달, 고마운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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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튀어나온 두 눈, 굳게 다문 입, 벙거지 같은 정당모자를 쓰고 있는 머리, 구부정한 자세에 한쪽 어깨는 치켜 올리고 굳게 움켜쥔 두 손으로는 배를 감싸 안고 있는 제주의 돌하르방. 구멍이 숭숭한 현무암으로 만들어 생김새만큼이나 질감도 독특한 돌하르방은 제주도의 상징이다. |
코로나 19로 더욱 빠르게 흘러간 2020년, 모두가 힘든 와중에서도 가을의 황홀함이 지나기 전 나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휴가 제주도 가을 여행에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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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의 사계 중 가을을 상징한다면 단연 화려함을 뽐내는 단풍이다. 천아숲길은 천아수원지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광령천은 계곡이 깊고 단풍이 아름답기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천을 건너 10.9km 구간으로 이어지는 숲길에도 단풍이 숲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
▲ 제주에서의 감귤 재배는 1911년 프랑스 출신 엄탁가(Esmile J. Taque) 신부가 일본에서 온주밀감 15그루를 들여와 심은 것이 현재 제주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온주밀감의 효시이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감귤농장에 한라산을 배경으로 잘 익은 감귤이 어울려 멋진 풍광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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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녀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로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어려운 작업 환경을 딛고 생업을 영위해 온 제주여성의 상징이다.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동부지역에 해녀가 많았다. 제주의 동부는 땅이 척박해 농사를 짓기에는 적당하지 않았으나 해조류는 질도 좋고 풍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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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굼부리 억새밭은 제주도 ‘억새 명소’하면 빠지지 않는 스팟으로 꼽힌다. 오히려 억새가 오름 전체를 덮고, 바닷바람 따라 은빛으로 물결치는 장관을 볼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산굼부리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오르기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보다 키 큰 억새를 만날 수 있다. |
▲ 해녀들은 특별한 장치가 없는 나잠어법(裸潛漁法)으로 제1종 공동어장인 수심 1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소라·전복·미역·톳·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한다. 한 해녀가 취재용 드론을 향하여 자신이 채취한 구쟁이(뿔소라)를 들어 보이고 있다.해녀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해녀는 한반도 각 해안과 여러 섬에 흩어져 있지만, 그 대부분이 제주도에 몰려 있다. 해녀의 발상지는 제주도로 보이며, 그 기원은 자연발생적인 생업수단의 하나로 비롯되었으리라 추측된다. |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40km 지점에 있는 구좌읍 하도리 어촌체험 마을을 찾았다.
하도리는 현직 해녀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마을 가운데 하나다.
가장 제주다운 바다 풍경과 어촌 문화를 간직한 하도마을은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별방진과 같은 유적지와 하도리 철새도래지, 올레 21코스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제주 여성의 상징인 해녀의 생업활동이 잘 보존된 마을이다. 하도 어촌마을에서는 원담체험, 해녀 물질체험 등 제주다운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방파제 옆에 화산석으로 하트모양 3개가 이어진 원담이 설치되어있다. 원담은 돌담을 쌓아놓고 밀물 때 몰려든 물고기들을 썰물이 나면 그 안에 잡아 가둬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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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담은 해안가의 자연적 지형을 이용해 돌담을 쌓아 둘러막아 놓고 밀물을 따라 들어온 고기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자연히 그 안에 갇히므로 쉽게 잡을 수 있게 장치해둔 자연그물이다. |
전문 어업인인 해녀는 능력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 등으로 나눠 공동작업을 하며 이익을 나누고, 서로의 안전을 보살펴준다. 지금은 힘든 물속 작업을 꺼려 해녀를 직업으로 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 60대에서 많게는 80대의 해녀들이 아직도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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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리에서 만난 한 해녀는 "수시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무단채취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면서 자원이 고갈되고,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관광객들의 협조와 관계 당국에서 강력히 단속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녀가 수확한 해산물을 마을 어촌계장이 뭍으로 옮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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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녀가 테왁을 밀며서 이동하고 있다. 테왁은 물질할 때 가장 중요한 도구다. 둥근 스티로폼에 원형 망사리를 달아 채취한 해산물을 담기도 하고, 물 위에서 숨을 고르며 쉴 때도 이용하고, 바닷속에 잠수하는 해녀의 위치를 알려주는 부표역할을 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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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어촌체험마을에서 어촌계가 운영하는 해녀 물질 체험을 진행한다. 물질 체험은 보통 하루에 두 번(오전 11시, 오후 2시 전후) 진행한다. 물때에 따라 시간이 바뀌기도 하니 체험 당일은 일정을 여유롭게 잡는게 좋다. 전화 예약이 필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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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망사리에 넣어둔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다. 각자 채취한 것 외에 어촌계에서 뿔소라를 넉넉히 얹어주니 많이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잡은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맛보는 경험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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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어촌계가 준비한 경운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가을빛 가득한 제주 비밀 정원, 한라산 천아숲길
한라산 둘레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 제주 올레길과 다른 매력이 있다. 한라산의 사계 중 가을을 상징한다면 단연 화려함을 뽐내는 단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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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둘레길 중 가장 높은 해발1000m 고지를 통과하며 하천을 따라 10.9km 구간으로 이어지는 천아숲길에 단풍이 절정을 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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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천을 따라 단풍이 곱게 내려앉은 한라산 천아숲길.울긋불긋 꽃봉오리를 심어 놓은듯 아름답다. |
천아숲길 계곡은 비가 내릴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이다. 비가 내리면 당일은 물론 이틀간은 안전을 위해 입산이 통제된다. 물이 마른 계곡에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자체로 자연이다. 이 길은 계곡을 가로질러 이어져 잘 살펴보지 않으면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둘레길 표식을 찾으면 길을 찾기 쉬우니 표지판을 항상 살펴야 한다. 계곡을 지나서는 숲 사이 작은 오솔길과 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된다. 계곡이 깊고 산이 높아 입산과 하산 시간을 지켜야 한다. 한라산 둘레길 중 가장 높은 해발 1000m 고지를 통과하며 조릿대를 지나는 구간도 운치가 있어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곳이다.
여름철 오후 2시, 겨울철엔 낮 12시 이후 입산이 통제된다. 코스는 돌오름, 노로오름, 천아오름을 거쳐 10.9km의 구간으로 이어지며, 약 4시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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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천아숲길’은 5개의 한라산 둘레길 중 하나로 천아수원지에서 돌오름까지 10.9km 구간이다. 숲길 초입부터 단풍의 빛깔이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걸음을 옮길수록 붉은빛이 점점 짙어져 무수천 상류 계곡인 천아계곡에서 진정한 가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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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귤림추색(橘林秋色)은 귤이 익어가는 제주성에 올라 주렁주렁 매달린 귤을 바라다보는 것이다. 제주에는 귤 재배 농장이 많지만 여기서 말하는 귤림은 조선 시대에 조정에 진상하기 위하여 가꾸던 귤밭을 가리킨다. |
제주도에서 경관이 뛰어난 10곳을 지칭한 영주십경(瀛州十景)의 제5경이 귤림추색(橘林秋色)이다. 영주는 제주도의 옛 지명이다.
귤림추색(橘林秋色)은 귤이 익어가는 제주성에 올라 주렁주렁 매달린 귤을 바라다보는 것이다. 제주에는 귤 재배 농장이 많지만 여기서 말하는 귤림은 조선 시대에 조정에 진상하기 위하여 가꾸던 귤밭을 가리킨다. 1530년경 제주 목사 이수동(李壽童)이 전부터 있던 귤밭 외에 새로이 25개소의 과원을 더 조성하였다고 하며, 기록에 의하면 제주에서 진상하는 귤이 36종이나 되었다고 한다.
▲ 감귤나무 한그루에서 60kg에서 70kg 정도 생산되고 큰나무의 경우 100kg까지도 열매가 열린다. 귤은 1년에 한 번 수확하는데 농업기술이 발달된 요즈음은 품종별 수확시기를 달리하면서 관광객들에게는 년중 수확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
이처럼 제주 감귤은 조선 시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임금님에게 진상됐고, 1950년대 이후 70년대 초에는 감귤나무 두 그루면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고 하여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감귤나무 한 그루에서 60kg에서 70kg 정도 생산되고 당시 감귤 가격이 10kg에 2천 원, 대학등록금이 1만5천에서 2만 원 정도 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돌담 너머 짙푸른 잎 사이로 반짝이는 귤빛은 울긋불긋 물든 단풍잎만큼이나 아름다운 색감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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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남원읍에 소재한 최남단체험감귤농장 ‘가뫼물’에서 박가희 학생(왼쪽)이 부모, 동생과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
▲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감귤농장 전경. 감귤의 색을 골고루 착색하기위해 바닥에 은박비닐을 깔았다.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 |
제주의 가을은 억새로 빛난다.
보이는 것이 대부분 파란 하늘 아래 반짝이는 은빛 억새 군락이다.
▲ 산굼부리 억새밭에 관광객이 저마다의 인생샷을 꿈꾸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
▲ 산굼부리를 찾은 한 신혼부부가 한라산뒤로 넘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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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굼부리의 억새가 가을햇살에 빛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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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천읍 와흘리의 메밀밭 전경/ 섬 곳곳에 피어난 메밀은 가을 제주의 숨겨진 명소이다. |
제주는 지금 온통 ‘메밀꽃 필 무렵’이다. 흰 눈이 내린 것처럼 메밀꽃이 만개했다.
제주는 국내 최대의 메밀 재배지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소금밭 같은 메밀로 묘사한 봉평보다 재배면적이 넓고 생산량도 많다. 제주의 대표적 메밀 생산지인 제주시 오라동과 조천읍 와흘리 등 제주의 들녘에 흰 눈이 내린 듯 하얀 메밀꽃 또한 제주의 볼거리이다.
화산섬 제주의 시작 검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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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 큰엉 해안경승지에서 신혼부부가 결혼사진을 찍고 있다. '엉'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언덕을 뜻하는데, 남원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절벽 위는 평지로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 있다. 바다를 향하여 높이 30m, 길이 200m의 기암절벽이 오랜 세월동안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를 감싸안은 2개의 자연동굴을 보노라면 세속을 떠난듯한 다른 세계,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대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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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2011년 천연기념물 제526호로 지정되었다. 산방산 해안에 있으며 마치 바닷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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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머리해안은 2011년 1월 13일 천연기념물 제526호로 지정되었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오랫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이 나온다. 180만 년 전 수중폭발이 형성한 화산력 응회암층으로 길이 600m, 높이 20m의 현무암력에 수평 층리·풍화혈·돌개구멍·해식동굴·수직절리 단애·소단층명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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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담이 쌓이기 시작한 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 전역은 마치 밭담으로 수놓은 모자이크 모양을 하고 있다.(구좌읍 월정리 진빌레밭담길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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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밭담 |
밭담은 검은 현무암 돌담이 끝없이 이어진 모양이 흑룡을 닮았다고 해 '흑룡만리'라고도 불리며, 길이가 2만 2천km에 달하는데 이는 만리장성(6,400km)의 3배가 넘는다.
밭담을 이루는 현무암은 많은 기공을 가지고 있으며, 쌓을 때 밑돌 두 개 사이에 윗돌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쌓는다. 또 밭담의 돌 사이사이에는 틈새가 있어 바람의 힘이 밭담의 틈새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강한 바람에도 밭담이 쉬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비움을 통해 전체를 지키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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