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09-05 16: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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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글판 가을 단장

[티티씨뉴스=글·사진 왕보현 기자]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5일 오전 가을판 내용의 '파아란바람'과 달리 아직도 후덥지근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 시민이 광화문바닥분수를 지나며 광화문글판을 보고 있다.

 

광화문에 가을이 왔다. 광화문의 가을은 교보빌딩 광화문글판에서 시작된다.
광화문글판이 가을을 맞아 응원을 전하는 메시지로 112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중 일부다.

초가을에 들어섰지만 예년과 달리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시민들과 내외국인 관광객들은 시원하게 솟구치게 바닥분수를 지나며 가을 문구를 감상하고 있다.


전라남도 무안에서 온 전종원 씨는 “가족과 함께 서울 나들이 중이다. 아들 지호와 딸 예지가 가고 싶어 했던 여러 곳을 돌아보고 오늘은 광화문과 경복궁 등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고 있다”면서 “날씨는 아직도 덥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어서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 5일 오전 가을판 내용의 '파아란 바람'과는 달리 아직도 후덥지근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광화문글판 앞 광화문바닥분수를 지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기 성찰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처럼, 고단한 현실에 처해 있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문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 5일 오전 전라남도 무안에서 가족여행 온 전종원씨 가족이 광화문글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화문글판 가을편의 글씨체와 배경 등 디자인은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결정된다. 이번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엔 331개의 작품이 출품돼 총 7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 5일 오전 가을판 내용의 '파아란바람'과 달리 아직도 후덥지근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시민들이 광화문글판을 지나고 있다.


대상 수상자인 홍산하(추계예술대) 씨는 "광화문광장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기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 5일 오전 가을판 내용의 '파아란 바람'과는 달리 아직도 후덥지근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광화문글판 앞을 지나고 있다.

윤동주 詩, 자화상(自畵像), 1939년 9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 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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