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 단풍은 떠난다.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1 16: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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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가을 여행하기 딱 좋은 때

[티티씨뉴스=양양·인제·홍천=글·사진 왕보현 기자]

▲ 가을은 단풍과 함께 찾아와 낙엽과 함께 떠나간다. 지난 여름 폭염으로 늦어진 단풍이 이제 막 우리 곁에 찾아오고 있다. 11월의 단풍을 찾아 나서자

 

지난 9월 말 산림청에서 발표한 ‘2024 산림 단풍 예측지도’에 따르면 올해 단풍은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단풍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종별 단풍 절정 시기는 참나무류가 10월 28일, 단풍나무류는 29일, 은행나무는 10월 31일로 발표했다. 특히 신갈나무의 단풍 절정 시기는 최근 2년 대비 약 5일 정도 늦어질 전망이라 했다.
최영태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늦더위가 계속되고 있어 단풍 시기가 작년보다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홍천군 내면 은행나무숲

기상청도 당초 올해 단풍 절정이 지역별로 10월 20일부터 11월 5일 사이 대체로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곳곳에서 ‘지각 단풍’이 속출하고 있다. 단풍이 들어도 예년처럼 아름답지는 않다. 단풍이 들려면 기온이 낮아져야 한다. 11월 들면서 초순 기온이 최저 1~14도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보면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1월 중순일 것으로 예상된다.

▲ 구비구비 조침령 고갯길을 단풍과 함께라면 쉬이 넘을 수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여행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점가는 한강의 작품을 비롯한 문학서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독서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반면 지난여름 폭염에 지친 시민들은 단풍의 가을을 학수고대하였지만 폭염이 길어진 만큼 단풍은 그 빛을 잃고 서서히 찾아오고 있다. 예년 같으면 울긋불긋 온 산하를 수놓았을 단풍 소식이 잠잠하다. 세상의 빛깔은 때에 따라 변한다. 파란 하늘 아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가을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책속의 가을만 만나며 즐기기엔 하늘이 너무나 맑고 푸르다. 안방에서 가을이 다 가기 전 단풍 맞으러 길 떠나보자

▲ 한계령을 넘어 양양 가는 길에도 단풍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가을은 단풍과 함께 시작되어 낙엽과 함께 떠나간다.
지난 여름 우리를 힘들게 했던 폭염은 가을이 과연 올까 하던 시민들에게 찬바람과 시원한 하늘을 선사하고 떠났다.
▲ 한계령 오색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가을 풍광

 

가을 단풍 관광의 최적지는 역시 강원도다. 이름 난 단풍 명소도 좋고 험산준령을 지나는 고갯길에서 만나는 단풍은 자연의 경이로 느끼게 한다.
기자는 단풍 맞으러 강원도 양양의 한계령과 인제군 조침령을 거쳐 홍천의 은행나무 숲을 다녀왔다.

▲ 한경령을 넘어가는 길에 단풍 사이로 까마귀가 날고 있다.

강원도에 접어들고 고개 입구부터 붉고 노란 단풍이 가을 햇볕을 받아 빛나고 있다. 180도로 꺾어지는 S자 굽잇길을 돌고 돌아가며 만나는 울긋불긋 단풍은 ‘가을을 실감나게 한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잊어버리라”는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한계령 정상에서 이 산 저 산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은 어김없이 한계령의 단풍을 모두 몰고 갔다. 정상에서 단풍을 즐기기엔 한 발 늦었다. 단풍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단풍은 산 아래를 거쳐 이미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풍의 남하 속도는 평균 시속 1km, 하루 20~25km씩 남쪽으로 내려간다.

 


한계령 주차장에서 만난 김영석(62) 씨는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모처럼 차를 몰고 가을풍경을 찾아 나섰다”면서 “집안 일로 늘 답답해하는 아내에게 깨끗한 공기와 가을바람을 선사했더니 기분도 좋고 마음도 상쾌하다”고 말했다.

 


구룡령길 따라 조침령 터널 입구에서 트론을 날렸다. “산이 높고 험하여 새가 하루에 넘지 못하고 잠을 자고 넘었다.”고 하는 지명의 유래처럼 굽이굽이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고개를 넘기 어려 운 때 길을 내고 터널을 뚫고 산 이쪽저쪽을 연결하였던 것처럼 단풍과 함께 얼굴을 스치는 가을바람은 복잡한 세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기에 충분하다.
▲ 구룡령길에서 만난 촌부가 길거리에 잘 익은 감을 내 놓고 길손을 부른다. 

홍천군 내면 은행나무 숲을 찾았다. 은행나무 숲은 사유지로 10월 한 달 동안 만 일반에 무료로 개장하는데 올해는 단풍이 늦어 이번 주말일 11월 3일까지 개장한다.
▲ 홍천 은행나무숲은 개인이 30년간 가꾼 숲이다.

 

개인이 30년 동안 가꾼 숲이다. 홍천 지역 가을을 대표하는 최고명소인 은행나무숲은 5m 간격으로 은행나무만 2,000여 그루가 심겨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장관을 연출한다. 잠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노란 은행잎이 비같이 흩날린다. 바로 이때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이다.

▲ 5m 간격으로 심어진 은행나무 사이로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포즈를 잡고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김 민(7)어린이는 “체험학습 신청하고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왔다”며 “계곡에서 다슬기도 잡고, 은행나무 숲에서 엄마랑 사진찍기 놀이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고 말했다.


▲ 노란 은행잎으로 세상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면서 맑고 화창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며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연휴도 없는 11월이지만 단풍과 함께 ‘여행가는 가을’로 제 격이다. 집 인근의 작은 공원에도 이미 가을은 와 있다. 단풍 명소를 찾아 즐겨도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쉬어도 가을은 늘 아름답다. 가을은 늘 추억 속에 살아 있다.

 

▲ 은행나무 숲 입구의 개천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다.
▲ 인제 비밀의 정원

 

▲ 춥지도 덥지도 않으면서 맑고 화창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며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연휴도 없는 11월이지만 단풍과 함께 ‘여행가는 가을’로 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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