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

왕보현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1 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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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
-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

[티티씨뉴스 글·사진=왕보현 기자]

▲ 5월 20일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맞아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국내의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를 마치고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 겨울 전국적으로 월동중인 꿀벌들이 대거 사라졌다. 벌은 우리가 먹는 꿀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식량 작물의 수분을 돕고 있어 벌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벌이 사라진 근본적인 원인은 살충제 사용과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변화에 있다. 봄철에 너무 빨리 피고 지는 꽃, 길어지는 여름과 늘어나는 기생충, 이상고온과 한파는 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양봉산업 안정화를 위해 현장대응단을 운영하여 꿀벌 응애 및 해충 방제를 강화하고 안정적 양봉을 위한 관리기술 연구와 꿀벌 대체 수정 기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도시에서도 꿀벌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높아져 꿀벌정원을 조성하고 도시양봉이 확대되고 있다.

꿀벌 군집붕괴현상을 일찍 겪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람이 키우는 꿀벌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호박벌, 뒤영벌, 애꽃벌, 땅벌, 호리병벌 등 다양한 야생벌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꿀벌이 아무리 충분하더라도 야생벌이 작물의 결실과 품질을 더욱 개선할 수 있기에 야생벌을 보호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5월 20일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맞아 국내의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5월 20일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맞아 종로구 자하문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국내의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0일,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 모색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서울환경연합과 생명다양성 재단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성민규 다양성재단 연구원,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의 기조발표가 있었다. 기조 발표 후에는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와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이어진 지정토론은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이 좌장이 되어 강진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김현아 마인드폴 가드너스 정원활동가, 홍성환 동물해방물결 활동가가 참여했다.

▲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인사말.
최재천 이사장은 영상을 통해 전한 인사말에서 “OECD국가 중에서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벌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벌은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압도적인 분량의 꽃가루받이를 해 준다”면서 “벌이 사라지면 상상할 수 없는 식량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작물 종의 약 75%가 꿀벌이나 나비와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에 의존한다. 전 세계 작물 생산량의 약 35%가 꿀벌 등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8년 국제 환경 단체 ‘어스워치’는 꿀벌을 지구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생물’로 꼽기도 했다.

▲ 성민규 연구원이 ‘벌 보호에 나선 국제적 시민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첫 번째 기조발표는 생명다양성재단 성민규 연구원이 ‘벌 보호에 나선 국제적 시민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성 연구원은 시민들이 벌 보호에 나선 이유는 “2006년 미국 플로리다주 양봉농가에서 월동하는 벌들의 군집붕괴현상 (CCD Colony-Collapse Disorder)이 처음 보고되면서 시민들이 벌 보호운동에 나서게 되었다”면서, “이후 국제적인 시민운동이 일어나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 밝혀진 독일 바이엘사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사용이 2009년부터 제한되었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벌 보호를 위한 국제적 시민운동의 진행과정과 시민캠페인의 사례를 소개하고, “벌은 기후변화, 먹거리문제(식량위기, 살충제, GMO), 생태적 전환,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와 맞닿아 있어 환경단체들이 ‘벌 보전’을 주제로 네트워킹할 필요가 있다.”면서, “먼저 국내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현황 파악과 벌 문제에 환경 교육과 시민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 증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

이어서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이 ‘한국 야생벌의 중요성과 서식 실태’를 발표했다.
이 연구관은 “꿀벌 실종현상이 2022년 봄 주요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는데 본인이 지난 20년간 관찰결과 도시나 농경지역에서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벌의 감소 현상의 원인은 기후변화와 농약 노출에 따른 건강문제, 온난화에 따른 개화시기의 변화와 먹이원이 되는 식물의 분포지역 감소 등에 따른 먹이원의 문제 그리고, 도시화와 농경지 확대 산림성숙에 따른 서식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연구관은 야생벌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선 “야생벌이 모일 수 있는 식생조성, 공원 등 식물 관리시 친환경적인 방법의 필요성이 필요하다. 살충제의 살포는 필요시에 적절 양만 사용하고, 숲 가장자리를 완충지역으로 보호하고, 안정된 토양관리를 통한 서식 지역의 보호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기후온난화 속도 감소 노력과 곤충이 적이 아닌 공존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도시 공원 등에 콘크리트 덮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흙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도시와 농촌의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 박진 어반비즈서을 대표
먼저 ‘국내 도심 속 꿀벌정원 및 도시양봉 사례’를 박진 어반비즈서을 대표가 발표했다.
박진 대표는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면서, “생물다양성의 연결고리인 벌이 전 세계에서 수분매개로 얻는 생태서비스 가치는 무려 373조원으로 추정되고, 인류가 먹는 식량의 1/3은 벌이 수분매개로 생산되지만 2006년 전 세계 벌의 개체 수 40%가 감소했고, 2017년 미국 토종벌 7종이 멸종 위기종에 선정되고 급기야 2018년 UN은 세계 벌의 날을 지정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어반비즈가 “야생벌 서식지 확대사업, 도시양봉장 조성사업, 양봉자재의 업사이클링 등을 통해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도시양봉으로 선순환 되는 도시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가 현장에서 벌을 키우며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항생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양봉을 고집하는 김일숙 대표는 “사람이 방해하지 않으면 벌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서. “겨울에도 벌은 먹이(꿀)가 벌집에 있다면 얼어 죽지 않는다. 스스로 열을 발산해 봉구 온도를 21도 내외로 유지한다”고 말한다.
▲ 김일숙 더비키스 대표
김 대표는 “사람이 욕심을 덜 낸다면 항생제와 살충제 없이 벌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벌의 생태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봉을 하면서 제가 벌을 보살피는 것 같지만 (도리어) 벌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벌은 일을 미루지 않는다. 그리고 협업을 정말 잘한다. 그리고 벌이 사라질 것을 인간이 걱정하지만 벌이 사람을 걱정하면 몰라도 인간은 벌을 걱정할 필요 없다” 면서 “벌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서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이 좌장이 되어 토론을 진행했다.
▲ 사진 왼쪽부터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 전문위원, 강찬수 기자, 김현아 활동가, 홍성환 활동가

첫 번째 지정토론에 나선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기상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중순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벌이 폐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벌이 사라졌다고 보고된 지역별로 하루 중 1시간 간격의 기온을 측정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오전 10시보다 오후 4시에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전 10시부터 추웠다면 벌이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오전과 오후 기온이 비슷했다면 벌이 돌아오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지난 겨울 벌이 사라진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해외에서도 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오래 전부터 나타났지만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현상은 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원인 규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시민과학’ 모니터링/조사가 벌이 사라진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봉 농가를 중심으로, 일반 시민이나 환경운동가들이 협력해서 원인을 차근차근 밝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시민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 정원활동가는 ‘도시 생명다양성(Urban Biodiversity)을 높이는
서식처 정원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면서 “벌에 대해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고, 꽃가루매개자(Pollinator) 혹은 생태계 전체적 관점의 연구와 운동의 결합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해외사례에 의존할 수 없는 국내 생태계에 대한 데이타가 절실한 상황에서 전문가와 시민과학의 연구 모두 필요하고, 특히 관찰과 실천을 동시에 진행 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시민과학 캠페인 진행이 필요”하고, “도시인의 자연감각을 되찾고 새로운 생태환경 의제를 실천하는 장으로서 서식처로서 정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홍성환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풀뿌리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벌 보호 운동이 더 넓은 의미에서의 환경 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효과적인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활동가는 “작금의 위기 상황은 우리 사회가 앞장사서 벌 보호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면서, “올해 한국에서 벌어진 꿀벌의 대량 실종 사건을 계기로 태동하는 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더 크고 영속적인 변화의 물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좌장인 최진우 전문위원은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 주변에 벌이 얼마나 있는지 같이 조사를 해보자. 그리고 벌들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환경 관리를 잘 해보자”면서, “이제 벌 친화적인 활동 서식처 정원 또는 공원 녹지나 하천변 초지나 그런 토양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촉구를 해야 될 것이고, 동물권 차원에서도 실제 벌과 곤충 수분매계자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잘 서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환경단체와 동물권 단체, 연구단체, 곤충 동호회, 건강한 양봉가들하고 함께 우리 도시와 마을에서 전국 곳곳에서 벌들이 잘 살 수 있는 자연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시민운동을 해야 되는 과제가 되었다”며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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